NYT “최소 8개 미군기지 영향권… 미사일 방어망 무력화 우려도”
북한이 잇단 단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로 미사일 능력을 증강하면서 한국과 일본의 미군기지 8곳에 주둔 중인 미군 3만여명에게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이, 북한은 미국의 역내 미사일 방어 능력을 압도할 수 있을 정도로 기술적 역량을 쌓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NYT는 이날 ‘제임스마틴 비확산연구센터’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최소 8개의 주한·주일 미군기지가 북한 단거리 미사일의 영향권 아래 있다고 보도했다. 주한미군 기지 6곳과 주일미군 기지 2곳이 각각 북한 개성에서 최대 430마일(약 692㎞) 반경에 포함된다는 것이다. 이들 미군기지에는 3만명 이상의 미군 병력이 주둔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 5월부터 최근까지 총 9차례(총 18발)에 걸쳐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방사포 등 시험 발사를 했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미사일 시험발사를 좋아한다(8월 23일)”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처럼 미국 본토를 직접 위협하는 미사일이 아니면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으나, NYT는 “미 정보 당국자들과 외부 전문가들의 결론은 (트럼프 대통령과) 크게 다르다”고 꼬집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은 과소평가하는 이 시험 발사들을 통해 김 위원장은 해당 지역에서 미국의 방어 능력을 압도할 수 있는 성능의 사거리와 기동성을 갖춘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단거리 미사일들에 재래식 탄두와 핵탄두 모두 탑재할 수 있도록 설계가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일부 단거리 미사일들은 낮게 비행하고, 예측 불가능한 경로로 기동할 수 있는 새로운 무기체계의 일부로서, 해당 지역 미군의 미사일 방어망을 뚫을 위험도 있다고 NYT는 설명했다. 북한의 무기 개발을 연구하는 비핀 나랑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정치학 교수는 “빠르게 움직이고, 매우 낮게 날며, 조종이 가능한 북한의 이동형 발사체들은 미사일 방어 체계에 악몽과 같다”면서 “이 같은 기술이 장거리 미사일로 옮겨지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지적했다.
한편 NYT는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김 위원장이 매력적인 서한들로 트럼프 대통령을 칭찬하고, 짧은 회동에서 모호한 비핵화 약속을 하는 것이 대북 제재 아래 무기 개발 시간을 확보하려는 ‘시간 벌기’ 전략의 일환이라 분석한다고 보도했다. 미 스탠퍼드대에서 동아시아학을 가르치는 대니얼 스나이더는 NYT에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를 단순히 정치적 메시지로 본다면 실수”라며 “모든 경우, 북한은 매우 명확하고 구체적인 군사 목표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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