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 남부 해상에 있던 다이버용 소형 선박에서 2일 새벽(현지시간) 화재가 발생하면서 배가 침몰해, 탑승자 34명이 사망ㆍ실종하는 참사가 벌어졌다. AP통신ㆍCNN 등에 따르면 이날 새벽 3시쯤 캘리포니아주 샌타바버라 남쪽, 로스앤젤레스(LA) 서쪽 해상의 ‘샌타크루즈섬’ 연안에 정박해 있던 상업용 다이버 선박인 ‘컨셉션호’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미 해안경비대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탑승자 34명이 숨진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해안경비대 매튜 크롤 부지휘관은 AP에 "상업용 스쿠버 다이버 선박에서 현재까지 탑승자 가운데 5명만 구조됐으며, 다른 탑승자 34명은 숨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사고 선박에는 승조원을 포함해 모두 39명이 타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AP는 크롤 부지휘관의 말을 인용해 갑판 아래쪽 선실에서 잠을 자고 있던 탑승자들은 대부분 사망하거나 실종됐으며, 갑판 위에 있던 승조원들은 구조됐다고 전했다. 사고 보트의 선장은 현재 생존한 상태로 구조를 돕고 있으며, 다른 승조원 4명도 구조됐다고 폭스뉴스는 전했다. CNN에 따르면 현재까지 시신 4구가 수습됐다.
사고가 발생한 선박은 샌타바버라에서 샌타크루즈섬까지 운항하며 스쿠버 다이버들을 실어나르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스쿠버 다이버들이 인근 해안의 산호초와 해양생물을 수중 탐사하는 데 이용하는 선박이다. 사고 선박을 운영해 온 선사 사이트에 따르면 컨셉션호는 46명이 최대 탑승 인원이며, 110명을 위한 구명조끼와 뗏목이 갖춰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화재 발생 당시 대다수의 탑승객들이 잠에 들어있었다는 점이 인명피해 규모를 키운 것으로 보인다. 해안경비대 LA 롱비치 지부 책임자 모니카 로체스터는 "구조된 5명은 모두 승조원이며 불이 났을 당시 깨어 있었다"라고 말했다. 해안경비대는 선박에서 불이 나자 갑판 위에 있던 승조원들은 물 속에 뛰어들었고, 인근 해상에 있던 다른 선박인 ‘그레이프 이스케이프호’에 의해 구조됐다고 전했다.
사고 선박의 선체 길이는 22m 정도로 사고 당시 샌타크루즈섬 북쪽 해안 18m 지점에 정박 중이었다. 컨셉션호는 화염에 휩싸인 뒤 뱃머리 일부만 남겨둔 채 수심 16m의 바다 속으로 침몰했다. 샌타크루즈섬은 LA에서 북서쪽으로 140㎞ 떨어진 해상에 있다. 주 LA총영사관은 "현재 한국인 또는 한국 교민 탑승자가 있는지 확인 중"이라며 "지금까지 교민 안전과 관련해 문의해온 확인 전화는 없었다"라고 말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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