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봉석 사장도 자사주 매입에 3억7,000만원 투입

LG전자 임원들의 계속된 자사주 매입 행보가 시장과 전자 업계의 이목을 집중 시키고 있다.
통상 임원들의 자사주 매입은 주가 부양을 목적으로 이뤄지는 데, 지난달 이후 10여명 이상의 LG전자 임원들이 공격적으로 자사주를 사들였음에도 LG전자 주식은 좀처럼 오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6월 8만 2,000원까지 올랐던 LG전자 주가는 두 달 사이 25% 이상 떨어지며 9월 2일 6만 1,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2일 김상열 LG전자 전무를 시작으로 한 달 동안 박일평 사장, 홍순국 사장, 송대현 사장 등 모두 10명의 LG전자 임원들이 자사주를 사들였다. 지난달 29일에는 LG전자의 양대 축인 가전(HE)과 스마트폰(MC) 사업을 총괄하는 권봉석(사진) 사장도 자사주 쇼핑 행보에 동참했다.
임원들의 자사주 매입 규모는 개인별로 다르지만, 보통 1,000주 안팎으로 취득 금액도 5,000만~6,000만원대에 주로 형성돼 있다. 하지만 권봉석 사장은 다른 임원들의 5~6배인 6,180주를 한번에 사들이며 주식 매입에 모두 3억 7,000만원을 투입했다.
증권 업계 관계자는 “권 사장이 LG전자의 주축인 HE와 MC 사업부를 책임지고 있는 만큼, 주가 부양에 더 큰 책임감을 지고 자사주를 다른 임원보다 더 많이 사들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회사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임원들이 자사주를 사들이는 것은 향후 회사 실적이 개선될 수 있다는 긍정적 시그널을 시장에 전달 할 수 있어, 주가 부양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지난달 이후 10여명 이상의 LG전자 임원들이 공격적으로 자사주를 사들였음에도 LG전자 주식은 좀처럼 반등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미ㆍ중 무역 갈등과 일본의 수출 규제 등으로 전자 업계 업황 전망이 밝은 편은 아니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전자 업계 다른 기업들의 주가는 등락을 반복했다. 전자 업계는 일본 수출 규제 직격탄을 맞은 반도체 회사들의 주가도 등락을 반복했는데, 유독 LG전자 주식만 계속 내린 것을 의아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증권가는 고질적인 스마트폰 사업 적자에다, 실적 개선의 효자였던 TV 등 가전 사업도 최근 부진의 늪에 빠진 것이 주가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상반기 LG전자 MC 사업부는 5,165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HE 사업부 영업이익은 약 1조 5,000억원으로 17.3% 감소했다.
하지만 현재 주가가 바닥권에 근접해 있는 만큼 3분기 이후 점진적으로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TV와 스마트폰 사업이 부진하겠지만, 프리미엄 제품으로 전환해 수익을 내고 있는 공기청정기, 무선청소기, 건조기 등은 꾸준히 양호한 실적을 내고 있다”며 “현재 주가도 가치 측면에서 크게 저평가 돼있어, 향후 6개월 내 8만 2,000원까지 주가 상승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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