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탈북모자 사망’ 계기로 종합 대책… 보호기간 실질 연장 위해 제도 개선도

위기에 처한 북한이탈주민 가구들을 찾아내기 위해 정부가 탈북민 취약세대 전수조사를 벌인다. 현행법의 위기 가구 보호 기간 연장 규정이 실효성을 갖도록 제도 손질에도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벌어진 탈북 모자 사망 사건이 계기다.
통일부에 따르면 정부는 2일 서호 통일부 차관 주재로 23개 유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가 참여하는 북한이탈주민대책협의회 전체 회의를 열고 취약세대 전수조사 등이 포함된 탈북민 생활안정 종합 대책을 수립했다.
정부는 우선 경제적 곤란이나 질병, 고립 등을 겪고 있는 탈북민을 발굴하기 위해 고령자와 장애인, 한부모 가정, 기초생활수급 탈락자 등 탈북민 취약세대를 전수조사한다는 방침이다. 통일부 산하 탈북민 지원기관인 남북하나재단이 조사를 맡는다. 조사 대상은 국내에 거주하는 전체 탈북민 약 3만700명 중 10%가량으로, 2,000~3,000명이 될 것으로 정부는 추산하고 있다. 조사 기간은 3개월 정도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후 보건복지부가 한 실태조사와 비교해 최종 위기가구를 지정하고, 잠재적 위험이 있는 경우에는 고위험 위기가구로 지정해 관리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북한이탈주민 종합관리시스템’과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의 연계를 통해 위기에 놓인 것으로 의심되는 탈북민을 찾아낸 뒤 복지ㆍ교육ㆍ취업 등 필요한 서비스를 연결하고 사후 관리할 예정이다. 또 지역 하나센터 상담사들의 ‘찾아가는 상담 서비스’가 시행되고 남북하나재단의 ‘탈북민 콜센터' 운영 시간이 24시간으로 연장된다.
현재 5년간의 초기 정착 기간에 집중된 탈북민 지원 시스템도 일부 개선된다. 탈북민 위기가구의 경우 북한이탈주민법에 규정된 5년간의 거주지 보호 기간을 연장할 수 있는데 이 규정이 실효적으로 적용되도록 정부가 세부 기준 및 절차 등을 마련할 계획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고위험 취약계층의 경우 보호 기간을 좀 더 연장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종전에는 ‘연장할 수 있다’고만 돼 있었고 구체적 기준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탈북민 대상 기초생활보장제도 특례 확대도 정부의 대책 중 하나다. 통상 탈북민이 하나원에서 퇴소할 때 기초생활보장 수급을 신청하는데 근로 능력을 따지지 않고 5년간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했다. 지금은 혜택 기간이 3년이다.
사회적 네트워크 강화 방안도 강구된다. 탈북민의 고립을 예방할 수 있도록 생활 안정을 지원하는 탈북민 단체를 지원ㆍ육성하고 탈북민 공동체를 통해 위기 의심자가 조기에 발굴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것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남북하나재단을 통해 탈북민 단체와 상시 협의할 수 있는 협의체를 만들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고 했다.
취약계층 지원 예산이 확충될 여지도 있다. 내년 정부 예산안은 이미 확정됐지만 남북하나재단 예산은 출연금 성격이라 일부 조정할 수도 있다는 게 통일부 당국자 설명이다.
앞서 탈북민 한모(42)씨와 아들 김모(6)군이 7월 말 서울 관악구 한 임대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되면서 탈북민 위기가구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우려가 커졌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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