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텍사스주에서 한 달이 채 못 돼 잇따라 대규모 총기 난사사건이 발생하면서 미 의회의 총기 규제 입법화 논의가 다시 불붙었다. 효과적인 총기 규제를 더는 미룰 수 없다는 ‘경고등’이 정계는 물론 시민사회 곳곳에서 강하게 감지되고 있다. 하지만 실제 대중을 향한 총기 난사사건을 실질적으로 줄여줄 변화가 따를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민주당은 총기 규제 법안 과정의 목줄을 쥔 미치 맥코넬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를 압박하는 글들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유통하며 압박을 가하고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예전과 마찬가지로 “총기 사건은 범인들의 정신 이상에 따른 것”이라 주장하고 있어서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7명이 숨지고 22명이 다친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텍사스주 오데사 총기 난사사건으로, 여름 휴회를 마치고 9일 개원하는 의회에서 총기 규제 논의가 최우선 과제로 떠올랐다고 1일 보도했다. NYT는 텍사스주에서 8월에만 총기 난사로 53명이 숨졌다는 비영리단체 ‘총기사건 아카이브(Gun Violence Archive)’의 기록을 전하며 “텍사스주는 미국 50개주 중 네바다주에 이어 총기 관련 사건이 두 번째로 많이 발생한 주가 됐다”고 덧붙였다. 이는 사망한 총격범을 제외하고 집계된 수치다.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지난달 초 텍사스주 엘패소와 오하이오주 데이턴에서 잇따라 총기 난사사건이 발생한 직후 총기 구매자에 대한 신원조회 법안 추진을 공식화했지만, 미국총기협회(NRA) 최고경영자와의 면담 이후 말을 바꿨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신원조회 법안을 함께 논의했다고 밝힌 맥코넬 원내대표는 NRA로부터 가장 많은 후원을 받아 온 정치인으로 알려져 있다. 엘패소와 데이턴 사건 이후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던 해시태그 ‘MassacreMitch(학살자와 미치 맥코넬의 합성어)’가 이번 사건 이후 다시 SNS에서 부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공화당이 주 의회를 장악하고 있는 텍사스주의 태도도 미지근하다. 그렉 애보트 주지사는 민주당과 총기 규제 강화를 주장하는 단체들이 추진하는 새로운 총기 규제 법안에 대한 지지 의사를 표시하지 않았다. 더구나 애보트 주지사의 서명으로 1일부터 총기 규제를 완화하는 법령이 발효됐다. 학교 캠퍼스와 주차장 등에서 합법적 총기 소유자의 총기 휴대를 허용하고(텍사스주 하원 법령 1143호), 아이들을 보육하는 위탁가정에서도 안전한 장소에 보관한다는 전제 아래 총기류와 탄약류를 소지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법령 2363호).
이에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을 비롯해 민주당 인사들은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더 이상 방해하지 말고 이 나라가 요구하는 총기 폭력 예방을 위해 하원이 통과시킨 신원조회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공화당 의원 8명이 합류하면서 지난 2월 하원을 통과한 이 법안은 공화당이 다수인 상원에 발목이 잡혀 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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