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꾼 “진짜 흙수저 기분 나쁘다” “금수저 한계 인정”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흙수저’라는 단어를 여러 차례 언급하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여러 반응이 나왔다. ”금수저인 조 후보자가 흙수저를 언급해 상대적 박탈감을 자아냈다” “가진 사람이 흙수저라는 표현을 쓰면 어떻게 하느냐”라는 비판이 많았다. 다만 조 후보자가 “금수저인 제가 흙수저 청년의 고통을 얼마나 알겠나. 10분의 1도 모른다”며 한계를 인정한 대목은 평가해야 한다는 평가도 있었다.
조 후보자는 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흙수저 청년 세대들이 제게 면담 요청을 했다. 딸 아이 나이와 비슷한 청년들 같다”며 “부모가 제가 아니어서 저희 아이가 누렸던 기회가 흙수저 청년들에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녀를 둘러싼 여러 의혹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표현이다.
흙수저 언급은 그 다음 발언에서도 이어졌다. 그는 “제 배우자가 투자한 펀드든, 저희 아이가 받았던 장학금이든 다 정리해서 흙수저 청년이나 어려운 상황에 있는 사람을 위한 장학금 등에 활용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후보자 스스로 ‘금수저’라는 표현을 쓰며 한계도 인정했다. 그는 “저는 통상적 기준으로 금수저가 맞다. 강남 좌파라고 부르는 것도 맞다”면서도 “금수저이고 강남에 살아도 우리 사회와 제도가 보다 공평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수 있다. 제도를 바꾸겠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고, 그런 꿈을 꿨다”고 언급했다. 이어 “아무리 제가 고민하고 공부했더라도 실제 흙수저 청년들의, 실제 흙수저인 사람들의 마음을, 그 고통을 얼마나 알겠냐. 10분의 1도 모를 거다. 그게 제 한계다”라며 “한계를 갖고 있으면서도 제가 할 수 있는 걸 해보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충남 태안발전소에서 사고로 숨진 비정규직 노동자 고(故) 김용균씨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조 후보자는 “우리 사회 흙수저 문제, 부의 불평등, 부의 세습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며 “제 아이와 비슷한 나이인 김용균씨는 산업 재해로 비극을 맞이했다. 김용균씨에 비교하면 저희 아이가 얼마나 혜택 받은 아이냐. 제가 모를 리가 있겠나. 안타깝고 송구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 점에선 가진 자다. 가진 자이지만, 한계를 직시하고 해보려고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조 후보자의 솔직한 발언에도 SNS에는 조 후보자를 향한 비판 글이 연달아 올라왔다. 어렵게 삶을 헤쳐나가는 청년 세대가 쓰는 자조적인 표현인 ‘흙수저’를 금수저인 조 후보자가 사용했다는 이유에서다. “흙수저 청년한테 대못 박으려는 거냐”(mxo***), “금수저가 흙수저 언급하니깐 진짜 흙수저는 기분 너무 나쁘다”(aim***), “흙수저라는 것도 우리네들이 말하니까 용인되는 거지, 있는 양반들이 흙수저라고 하니 뒷골땡긴다”(ne2***) 등이다. 한 누리꾼은 “무슨 마음인지는 알겠는데, 흙수저는 보통 흙수저 본인 스스로 비하하거나 돈 많은 애들이 돈 없는 애들 조롱할 때 쓰는 말이다. 흙수저한테는 반발심밖에 안 들 것 같다”(clo***)고 지적했다.
다만 일부 누리꾼들은 “수저에 상관없이 공평한 법의 잣대가 적용되도록 실질적인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게 핵심이다”(lan***), “조 후보자 기자간담회 중 가장 멋진 말이다”(lio***), “권력기관 개혁, 공정한 법의 적용, 흙수저도 장관이 되는 사회 기대하겠다”(zon***)며 조 후보자의 발언을 옹호했다.
윤한슬 기자 1seu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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