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에요, 아들이에요?” 임산부들이 가장 많이 듣는 질문입니다. 성별을 알고 나면 그에 따른 고정관념이 덧붙여지죠. ‘딸이라서 얌전한가 보네’, ‘아들은 원래 좀 과격해’ 과연 딸, 아들이라는 성별로 아이의 특성을 재단할 수 있는 걸까요?
이번 주, 프란이 선택한 콘텐츠는 책 <남자아이가 아니라 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입니다. 오늘은 페미니스트이자 양육자로서 책을 쓴 박한아 작가와 함께하겠습니다.
제가 지금 네 살짜리 아들을 키우고 있는데요. 제가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제가 그전에 전혀 몰랐던 여성 양육자에 향한 무례한 시선들, 부당한 일들 같은 것들을 많이 겪게 되었어요. 또 아이를 낳아보니까 아이를 꼭 여자, 남자, 딸, 아들로 나누려는 그런 시도들에서 답답함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그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해서 아이들에게 차별이 없고 평등한 세상을 물려주기 위해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그런 고민을 한 내용을 책에 적어봤습니다.
아이를 가졌을 때부터 제일 많이 들었던 질문이 “딸이에요, 아들이에요?”였어요. 그래서 저도 이게 굉장히 중요한 문제구나 라는 생각이 들긴 했는데, 아이를 막상 낳고 기르다 보니까 사실 딸과 아들이라고 모든 아이들을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게 잘 맞지 않을 때가 많더라고요. 모든 아이, 여자 아이라고 해서 얌전하고 말을 빨리하고 이런 게 아니고 남자아이라고 해서 굉장히 과격한 놀이를 좋아하고 숫자를 잘 세고 이런 게 아니듯이, 그런 면들을 제가 많이 느꼈기 때문에 아이와 같이 살아가면서 제 아이의 에피소드를 많이 담아봤습니다.
사실 양육자들 사이에는 훨씬 아들이 키우기 어렵다는 속설 같은 게 있어요. 그래서 저도 좀 겁을 많이 먹었었고. 그러다 보니까 ‘아들 키우는 법’, ‘아들 키우다 미쳐버린 엄마의 아들 육아법’ 이런 책들을 찾아보고 그랬었어요. 그런데 나와 있는 말들을 보면 ‘남자아이들은 굉장히 자유로운 분위기를 좋아합니다. 자신의 길을 개척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러니까 엄마가 옆에서 아이를 잘 존중하고 도와줘야 합니다.’ 이런 말들이 많이 쓰여 있더라고요. 그런데 그게 꼭 남자아이만 그런가? 그랬더니 꼭 그런 것만은 아니고, 최근의 젠더 연구나 발달심리학 연구에서는 ‘여자아이와 남자아이의 차이는 사실은 그렇게 크지 않다. 사회적으로 그렇게 길러지는 것이다.’라는 내용이 굉장히 많았어요. 그래서 제가 실생활에서 제 아이를 대할 때 꼭 남자아이가 아니라 아들이 아니라 한 명의 사람으로서 아이로서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그 내용을 담아봤습니다.
아이를 키우다 보니까 좀 이런 성차별적인 풍경들, 그리고 아이들에게 어떤 성 고정관념을 계속해서 주입하려는 것들이 불편하게 다가와서 그걸 제 나름대로 노력을 하게 됐어요. 좀 바꿔나가려고 노력을 하게 됐어요. 청원에 참여한다든지, 혹은 스쿨 미투 집회에 가 본다든지, 혹시 가지 못하면 후원을 한다든지, 이렇게 좀 제 세상이 좀 넓어지고 있다는 느낌. 저희 아이뿐만 아니라 다음 세대들이 우리보다 조금 더 나은 세상에서, 건강한 사회에서 살아봤으면 좋겠다는 그런 마음이 들어서 그런 내용에 관해 썼습니다.
제가 아이를 키우면서 그 많이 들어본 말이 한 아이를 키우는 데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었어요. 제가 아무리 저희 집에서 여성 주인공이 나오는 동화를 읽히고, 성 고정관념이 너무 뚜렷하게 나타나는 애니메이션 같은 것들을 안 보여주고 한다고 해서 아이가 그런 사회적인 분위기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잖아요. 중요하지만 우리가 살아나갈 세상을 바꾸지 않으면 아이들은 계속해서 우리와 같은 차별을 겪고 편견 속에서 ‘나다움’을 잃게 되지 않을까. 아이들을 대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아이들을 좀 더 많이 이해해주고 배려해주고 공부해주려는 노력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그런 이야기를 해봤습니다.
제가 페미니스트이긴 하지만, 아이에게 제 생각이나 이런 것을 강요할 수는 없잖아요. 양육자로서는 굉장히 나쁜 태도이기 때문에. 그래서 저는 이 두 가지의 역할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는 기분이 들어요. 그래서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아이에게 저부터 새로운 그림을 보여주는 것. 여자답게라는 고정관념에서 많이 벗어난 모습을 보여줘서 ‘이런 여자도 있구나.’ 이런 모습을 보여주는 것과 또 ‘꼭 아들이라서 남자애라서 공놀이를 좋아하는 건 아니야. 우리 반에 누구 있지? 그 여자친구도 공놀이 좋아하잖아.’ 이런 식으로 계속 옆에서 주석을 붙여주는 것. 그런 일을 제가 사소하지만 아이들한테는 사소한 게 굉장히 큰 일이거든요. 그래서 그런 일들을 계속 꾸준히 해나가면서 살아가고자 합니다.
이게 육아 에세이잖아요. 그런데 제가 사실 제일 걱정됐던 건, 혹시 이 책을 읽은 다른 엄마, 아빠들 특히 엄마인 분들이 ‘나는 그렇게 안 하고 있는데 나도 저렇게 해야 되는 거 아닐까?’, ‘저렇게 하면 우리 애를 잘 키울 수 있는 거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거였어요. 사실 저는 아이 한 명을 키우고 있는 되게 초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어떤 해답이나 정답이 아니고 기준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해요. 다만 제가 바라는 건, 같은 고민을 하는 아이들을 좀 더 평등한 환경에서 기르고자 하는 분들이, ‘아 나랑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은 저렇게 살고 있구나. 저런 시행착오를 겪고 있구나.’ 라는 식으로 이 이야기를 많이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여자와 남자는 다르다. 아니 우리 모두는 다르다. 문제는 그 다름의 뿌리를 성별이라는 하나의 기준으로 보기에 우리는 각자 너무도 다르고 다양한 조건들 속에서 존재한다는 것 아닐까? 한 사람을 그 사람으로 만드는 건 엄청나게 복잡한 함수식이다. 한 사람을 구성하는 수많은 카테고리 중 하나를 골라, 그게 곧 그 사람의 전부인 양 말하는 것은 너무나 게으른 태도다. 그것도 이제 막 태어나 세상을 배워나가고 있는 이 신인류들에게는 더더욱 말이다.”
최근에 제가 굉장히 좋아하는 윤가은 감독님의, 여성 감독님의 영화 ‘우리집’ 이라는 영화가 개봉을 했는데요 그 영화가 어린이들의 이야기에요. 그런데 그분이 촬영장에서 촬영 수칙을 정하셨는데 그게 굉장히 인상 깊었습니다. “아이들이 항상 주위에 있다는 걸 잊지 말아 주세요. 아이들은 아무리 사소한 행동이어도 어른들의 행동을 다 보고, 듣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아이들에게 훌륭한 거울이 되어주세요. 존중해주는 어른이 되어 주세요” 이런 문장이 있었는데 비단 그 촬영 현장에서뿐만 아니라 사실 이 사회 차제가 큰 마을이잖아요. 아이들이 같이 살아가고 있는. 그래서 이 말을 좀 항상 염두에 두십사 하고 부탁을 드리고 싶고요. 그런 마음에서 아이들이 더 이상 여자답게, 혹은 남자답게가 아니라 자기 스스로 나답게 자랄 수 있도록 돕는 어른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오늘의 프란 코멘트는 박한아 작가가 책에 남긴 한 줄로 대신합니다.
“세상의 모든 작은 사람들이 나답게 살아갈 수 있기를”
프란이 선택한 좋은 콘텐츠, 다음 주에도 찾아오겠습니다!
한설이 PD ssolly@hankookilbo.com
전혜원 인턴PD
현유리 PD yulsslu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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