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기자 청문회’ 논란… 발표 3시간 만에 간담회 전격 진행
여당과 사전에 ‘기습 작전’ 짠 듯… 김부겸 “장소 국회 부적절” 쓴소리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더불어민주당이 2일 국회 인사청문회 대신 개최한 ‘기자간담회’의 적절성 여부를 놓고 비판이 거세다. ‘국회를 통한 고위 공직자의 제도적 검증’이라는 인사청문회 취지를 무시하고 언론을 사실상 들러리 세워 ‘일방적 해명의 자리’를 가진 결과가 됐기 때문이다. 국민적 합의에 따라 2000년 제정한 인사청문회법은 무력화됐고,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 권위도 땅에 떨어졌다.
국회 차원의 청문회가 열릴 길이 가로막힌 것은 아니다. 조 후보자는 ‘청문회에 다시 응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국회에서 합의해 내일(3일) 청문회를 연다면 참석하겠다”고 ‘조건’을 달았다. 조 후보자 가족 증인 채택을 놓고 여야가 대립하는 상황에서, 청문회를 받지 않겠다는 답변이나 다름 없었다.
초유의 절차를 통해, 초유의 형식으로 열린 이날 간담회를 조 후보자와 민주당은 ‘기습 작전 하듯’ 밀어붙였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오전 10시 50분쯤 “조 후보자 가족 증인 5명 중 아내, 딸, 어머니는 부르지 않을 테니 오늘 일정을 의결하고 청문회를 열자”고 물러섰지만, 여권은 간담회 개최로 직진했다. 조 후보자는 오전 11시쯤 이해찬 민주당 대표 등에 전화를 걸어 ‘해명할 기회를 갖고 싶다’고 요구했고, 약 50분 뒤 “간담회를 열겠다”는 입장문을 냈다. 그로부터 5분 뒤 홍익표 민주당 대변인이 “조 후보자의 대국민 기자회견 요청을 수락한다”면서 여당 출입기자들에게 일정(오후 3시)을 공지했다. 야당과 협의할 의지가 애초에 없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에 여당에서도 쓴 소리가 나왔다. 행정안전부 장관 출신인 김부겸 민주당 의원은 의원총회에서 “국무위원 후보자가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장소 변경을 요구했다. 행정부의 공직자나 공직 후보자가 국회에서 공식 회의가 아닌 정치 이벤트를 하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조 후보자는 간담회에서 국회를 택한 이유에 대해 “국회라는 공간이 저의 진정성을 드러내는 곳이라고 생각했다”고 주장했다.
급박한 중계 준비 때문에 3시30분에 시작한 간담회는 조 후보자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형식으로 진행됐다. 간담회 개최를 일방적으로 통보 받은 기자들에겐 질문을 준비하거나 조율할 시간이 제대로 주어지지 않았다. 청문회법에 명시된 자료 요구권이나 증인ㆍ참고인 출석 요구권 없어 질문이 그간 제기된 의혹들 수준에 머물 수밖에 없었다. 일부 기자들은 하루 여유를 두고 간담회를 3일에 열 것을 민주당에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조 후보자는 또 “금융기록은 (국회의원인) 인사청문위원님께 공유할 사안이지, 기자님에게 공유할 사안이 아니다”고 말하는 등 간담회 효력을 깎아 내리기도 했다.
간담회를 법무부 관계자가 아니라 홍익표 민주당 대변인이 진행한 것도 부적절했다는 지적이다. 여당 당직자가 조 후보자를 ‘보좌’하는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홍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일문일답식으로 하지 말고 일괄적으로 물어달라”며 질문 형식을 문제 삼는 등 조 후보자를 엄호하는 ‘입’을 자처했다.
민주당은 간담회 참석 대상을 ‘민주당 출입기자’로 한정했다 비난이 일자 취소하기도 했다. 상당수 언론사가 꾸린 조 후보자 검증팀에 소속된 기자들을 최대한 피하겠다는 ‘꼼수’라는 의심을 샀다. 야당 의원들 대신 여당 관계자들이 방청석에 앉아 조 후보자에게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기도 했다. 조 후보자 스스로 “청문회 자리는 야당 의원들이 공격을 강하게 하기 때문에 지금보다 훨씬 더 분위기가 나빴을 것 같다”고 말할 정도였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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