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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독일 대통령의 전쟁범죄 사과… 아베 정권은 부끄럽지도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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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독일 대통령의 전쟁범죄 사과… 아베 정권은 부끄럽지도 않나

입력
2019.09.03 04:4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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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이 1일 폴란드 비엘룬에서 열린 2차 세계대전 발발 80주년 행사에서 나치 만행 희생자들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이 1일 폴란드 비엘룬에서 열린 2차 세계대전 발발 80주년 행사에서 나치 만행 희생자들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독일이 2차 세계대전 당시 폴란드에서 저지른 전쟁 범죄에 대해 다시 한번 사과했다. 전범국 독일이 과거를 반성하고 피해자들을 위로하는 모습은 일본의 무도함과 너무나 대비된다. 과거사에 대한 반성은 고사하고 역사적 사실을 부인할 뿐만 아니라 피해국에 경제 보복 도발까지 자행하는 아베 정권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폴란드 비엘룬에서 열린 2차 대전 발발 80주년 행사에서 “비엘룬 공격의 희생자와 독일의 압제에 희생된 폴란드인에게 용서를 구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비엘룬은 1939년 9월 1일 독일의 기습으로 2차 대전이 시작된 곳이다. 당시 민간인 1,200여명을 포함해 이후 5년간 폴란드에서만 전체 인구의 5분의 1에 달하는 600만명 이상이 희생됐다.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이날 공습 희생자들을 기리는 추모비에 헌화하고 폭격에서 살아남은 피해자들을 만나서도 고개를 숙였다.

독일은 1970년 12월 7일 폴란드 바르샤바의 유대인 위령탑 앞에서 빌리 브란트 당시 서독 총리가 무릎을 꿇는 등 그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나치의 만행을 반성해 왔다. 또 1952년 이후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대학살) 피해자들에게 총 800억달러(약 97조원)를 배상한 데 이어 최근에도 생존자 수천 명에게 매달 수백 유로를 추가 지원키로 하는 등 위로와 배상에서 성의를 다해 왔다.

반면 일본은 과거 한두 차례 식민 지배를 사과한 적은 있지만 반인권적ㆍ반인륜적 범죄행위를 진솔하게 반성한 적이 없다. 더욱이 아베 신조 총리 내각은 우리 대법원의 강제동원 배상 판결에 수출규제와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 제외로 대응하는 등 아예 식민 지배 자체를 정당화하려는 작태까지 보이고 있다. 내주에 있을 개각에서 극우파들이 중용될 경우 그렇잖아도 우리 측의 대화ㆍ협상 제의를 외면해온 아베 내각이 더욱 폭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아베 총리는 같은 전범국인 독일이 어떻게 국제사회에서 신뢰받는 나라가 됐는지를 깊이 새겨야 한다. 그 첫걸음은 한일 양국이 평화ㆍ번영의 동반자가 돼야 한다는 일본 내 양심적 지식인과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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