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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Talk] DLF 사태 겪고도 여전히 ‘1등급 위험’ 권하는 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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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Talk] DLF 사태 겪고도 여전히 ‘1등급 위험’ 권하는 은행

입력
2019.09.03 04:4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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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투자 경험이 없으시면 이 정도 상품이 비교적 안정적이고 무난해요.”

지난달 30일 서울에 있는 A은행 지점 창구를 찾은 기자가 “2,000만원 정도 여윳돈이 생겼는데 어떻게 관리하면 좋겠느냐”고 상담을 청하자, 직원은 C증권사가 발행한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을 권했습니다. 이어 방문한 B은행 지점의 창구 직원이 권한 상품 또한 ELS였습니다. 기초자산(ELS는 주가)은 다르지만 손익 구조가 비슷한 파생결합증권(DLS)이 편입된 일부 펀드(DLF) 상품이 대규모 손실에 처했음에도 ‘국민 재테크 상품’으로서 ELS의 인기는 여전한 모양입니다.

그런데 “안정적이고 무난하다”고 소개 받은 상품의 설명서에는 투자위험도가 ‘매우 높은 위험’(1등급)이라고 명시돼 있었습니다. 창구 직원이 “경우에 따라 원금을 잃을 수도 있다”고 설명하긴 했지만 활자로 쓰인 것과는 온도차가 컸습니다. 추천 받은 ELS는 여느 상품과 구조가 비슷했습니다. ELS와 연동된 주가가 일정 시점마다 사전에 약정한 기준치를 상회하면 정해진 수익률을 제공한다는 겁니다. 반면 그 이하로 떨어지면 최악의 경우 원금을 모두 날릴 수 있습니다.

최근 은행들은 해외 주가에 연동된 ELS를 권하는 편입니다. 통상 미국, 유럽, 중국, 일본 등 각국의 대표 주가지수 중 3개를 기초자산으로 삼고, 하나라도 기준선을 충족하지 못하면 손실을 보는 구조입니다. 기자가 권유 받은 상품들은 △미국 S&P500 △홍콩 항셍 △유럽 유로스톡스50 지수가 3년에 걸쳐 가입 시점 대비 65~83% 이상 유지하면 연 3%의 수익을 거두는 조건이었습니다.

은행들이 ‘위험 1등급’ 상품을 적극 권하는 주요 근거는 과거 실적이 나쁘지 않다는 점입니다. C증권사의 ELS 상품설명서도 과거 10년간 해외 주가를 토대로 해당 상품의 모의 수익률을 계산해 봤더니 손실이 난 때가 단 한 번도 없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었습니다. 강산이 변할 정도의 시간 동안 손실이 없었다니 투자자 입장에선 언뜻 마음을 놓아도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지금이 과거 10년과 같을 거라 예단할 수 없는 노릇입니다. 기자가 “최근 홍콩에서 대규모 시위가 일어나고 있는데 증시가 괜찮겠느냐”고 물었더니 창구 직원은 “오히려 지금이 주가가 많이 빠져 몇 달 전보다 안전한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정치 문제가 있어도 홍콩 기업들만 잘하면 주가가 내려가진 않을 것”이란 근거가 부족해 보이는 예측도 덧붙여서 말이지요. 홍콩 시위 여파로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어 주가가 얼마나 떨어질지 안심할 수 없다는 전문가들의 지적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설명이었습니다.

최근 DLF 대규모 손실 위기의 교훈은 금융시장에 전례 없는 변동성이 나타나고 있는 만큼 과거 통계를 맹신해선 안 된다는 점입니다. 금융사의 말에 의존하기보단 투자자 스스로 공부하며 나라 바깥 사정에도 적극 관심을 가져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지요. 금융사도 높은 수익률에 가려진 투자 위험성을 알리는 데 주저해선 안 될 일입니다. 이런 노력이 조금만 더 늘어나도 고객과 은행이 얼굴 붉히며 금융감독원에서 마주할 일은 많이 줄어들지 않을까요.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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