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일 오전(현지시간)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와 정상회담을 열고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미래산업 분야 협력을 강화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스타트업 및 디지털 경제 육성, 방사광 가속기와 연구용 원자로, 과학위성 등 순수ㆍ응용과학 분야에서도 협력을 강화키로 했다. 한ㆍ태국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을 체결, 국방ㆍ방산 분야 협력의 발판도 마련키로 했다.
태국을 공식방문 중인 문 대통령은 이날 방콕 총리실에서 한ㆍ태국 정상회담을 통해 한국의 혁신성장 정책과 태국의 미래산업 육성정책인 ‘태국 4.0’ 정책 간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는 데 힘을 쏟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 직후 열린 공동언론발표에서 “오늘 회담에서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더욱 심화해 동아시아 평화와 상생번영의 미래를 함께 열어나가기로 했다”며 3가지 합의사항을 발표했다.
우선 “과학기술ㆍ신산업 분야로 협력 지평을 확대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함께 준비해 가기로 했다”며 “우리는 인프라ㆍ물관리ㆍ환경 분야 협력을 높이 평가하고 미래차ㆍ로봇ㆍ바이오 등 신산업분야에서도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특히 “세계 3번째로 4세대 방사광 가속기를 개발한 한국이 태국이 추진 중인 가속기 구축사업에 함께하기를 희망한다”고 제안했다.
양국은 앞서 두 정상의 임석 하에 ‘4차 산업혁명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로봇ㆍ바이오ㆍ미래차 등 양국 간 신산업분야 협력을 위한 정보공유 및 인적 교류를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두 정상이 지켜보는 가운데 한ㆍ태국 지소미아도 체결했다. 정부는 그 동안 미국, 캐나다, 프랑스, 러시아, 일본 등 21개국과 지소미아를 맺었지만 최근 일본과는 협정 종료를 선언했다. 양 정상은 2010년 이래 한국의 코브라 골드 훈련 연례 참가, 한국기업의 태국 호위함 수주 등 양국 간 활발한 국방·방산 협력을 진행해 왔음을 평가하면서 이번 지소미아 체결로 군사교류 및 방산협력을 더욱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지소미아가) 체결된 것을 기쁘게 생각하며, 이를 통해 양국은 국방ㆍ방산 분야에서 더욱 굳건히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 정상은 올해 11월 한국에서 열리는 한ㆍ아세안 특별정상회의와 한ㆍ메콩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소통에도 긴밀하게 나서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한ㆍ메콩 정상회의는 태국이 주도하고 한국이 개발파트너로 참여하는 메콩 지역 경제협력체 ‘애크멕스(ACMECS)’ 차원의 협력을 구체화해 한ㆍ메콩 상생협력의 새로운 장을 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논의도 오갔다. 쁘라윳 총리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제 정착을 위한 한국 정부의 노력을 적극 지지한다는 입장을 다시 확인했으며, 문 대통령은 태국의 확고한 지지가 우리 정부에 큰 힘이 되고 있다며 역내 평화 구축을 위한 태국의 지속적인 협조를 당부했다.
양 정상은 또 관광ㆍ문화 분야 협력 증진을 위해 한국어·한국학을 배우는 태국 학생들에 대한 지원 강화, 양국 국민들의 권리와 이익 보호를 위한 제도적 기반 강화 등에 노력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의 이번 방문은 한국 정상으로서는 7년 만에 이뤄진 공식방문이다. 특히 태국의 새 정부가 지난 7월 출범한 뒤 태국을 방문한 첫 외국 정상이기도 하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양국 관계의 놀라운 발전은 한국이 어려울 때 가장 먼저 달려와 준 태국 참전 용사들의 희생에서 시작한 것으로, 한국 국민을 대표해 참전용사들께 경의를 표한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쁘라윳 총리는 “태국과 한국은 양자 차원의 협력뿐 아니라 한-아세안 차원에서 역내 포괄적 발전을 위해 협력할 여지도 많다”며 “양국의 신뢰와 우정을 토대로 양국 간 협력을 강화해 나가자”고 화답했다.
방콕=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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