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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만에 다시 원점… 동력 잃은 연금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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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만에 다시 원점… 동력 잃은 연금개혁

입력
2019.09.02 04:4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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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험료 인상 국민적 공감 어렵고 

 총선 앞두고 재논의도 힘들어 

 차기 정권으로 미뤄질 가능성 

[저작권 한국일보]국민연금 제도개선 논의 과정 그래픽=박구원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국민연금 제도개선 논의 과정 그래픽=박구원 기자

노사정 사회적 대화를 통해 국민연금 개혁 합의안을 도출하려는 노력이 실패로 끝나면서, 지난해 8월부터 1년 간 진행됐던 국민연금을 개혁 논의가 결국 원점으로 돌아갔다. 그 사이 경제 상황도 악화해 보험료 인상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기가 더욱 어려워진데다 국회도 총선을 앞두고 연금 개혁이라는 ‘뜨거운 감자’에 손대기 힘든 상황이다. 1년 내내 허송세월한 결과, 자칫 현 정부에서 연금 개혁이 좌초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지난해 8월 국민연금 재정추계위원회가 장기 재정전망을 담은 4차 재정추계를 발표한 후 이달 1일까지 지난 1년 동안 각종 기관에서 내놓은 국민연금 개혁안은 총 9개, 정부가 내놓기도 전에 ‘퇴짜’를 맞은 안까지 포함하면 모두 11개에 이른다.

가장 먼저 재정추계위가 저출산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됨에 따라 국민연금 적립기금이 2057년에 소진될 것이라는 내용의 재정추계를 지난해 8월 발표하면서 동시에 제도발전위원회가 내놓은 안이 보험료 인상을 전제로 한 2가지다. 현재의 보험료 9%를 그대로 유지할 경우 미래의 청년세대는 약 3배에 가까운 보험료를 한번에 올려야 한다는 추정 결과도 내놓았다.

그러나 이 안은 정식 발표 전에 언론에 공개되며 논란이 됐다. 보험료 인상에 반대하는 여론이 들끓자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이 보기에도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며 보험료 인상에 반대하고 나섰다. 애초 제도발전위의 제안을 바탕으로 정부안을 만들어 지난해 가을 국회에 제출하려던 보건복지부는 “국민 토론회 등을 통해 여론을 수렴해 정부안을 내놓겠다”며 입장을 바꿨다.

이후 약 3개월 만에 완성된 정부안은 공식 발표하기도 전에 문 대통령에게 ‘퇴짜’를 맞았다. 보험료 인상 폭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결국 지난해 말 발표된 최종 정부안은 이례적으로 ‘현행 유지안’을 포함해 4가지나 됐다. 정부 스스로가 단일안이 아닌 4가지 안을 내놓은 상황에서, 전혀 다른 견해를 가진 노사정 주체가 모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연금개혁특위가 하나의 합의안을 내놓는 것은 애초부터 어려운 일이었다. 결국 1년간의 논의는 원점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1년 동안 허송세월 후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2일 정기국회를 시작하는 여야는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청문회와 내년도 예산안 등 핵심 쟁점에서 팽팽한 대결 구도를 보이고 있어 국민연금 개혁 논의를 진행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여당부터 “사회적 합의가 중요하다”며 원론적인 입장에만 머물고 있고, 야당은 ‘정부가 단일안을 만들어 오라’는 입장을 내놨다.

국회 보건복지위 여당 간사인 기동민 의원은 “국민연금 개혁은 처음부터 사회적 합의와 국민적 동의를 구하는 일을 가장 중요한 전제로 생각했던 사안이라 경사노위의 논의를 관심 속에 지켜봤던 것”이라며 “국회에서도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토의하고 고민을 해 나가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시기상 내년 총선을 앞둔 만큼 연금개혁 추진이 어렵지 않겠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그 역시 현실적인 고민이기는 하나 사회적 합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야당은 다시 정부에 공을 돌렸다. 자유한국당은 지난 30일 경사노위 연금특위가 합의안 도출에 실패하자 성명을 내고 정부가 다시금 단일안을 내놓을 것을 요구했다. 한국당은 성명에서 “마치 정부가 여론조사기관인 양 의견수렴 결과를 나열한 ‘4지선다형’ 개편안에 이어, 각 단체별 의견을 기재한 것에 불과한 경사노위의 3가지안, 제도발전위가 내놓았던 2가지 안까지 제시된 개편안만 무려 8가지나 된다”고 지적하고 “정부는 제시된 여러 방안 중 책임 있는 단일안을 마련하여 조속히 국회에 다시 제출해 주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전문가들 역시 정부가 좀더 적극적이고 책임 있는 역할을 해야 후손 세대에 ‘연금 폭탄인상’이라는 재앙을 떠넘기는 일을 막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시민단체 내가만드는복지국가의 오건호 위원장은 “1년 동안 허송세월하며 소모적인 논쟁만 되풀이해 온 결과 연금 개혁이 결국 차기 정부로 미뤄질 가능성이 커졌다”며 “정부의 책임이 큰 만큼, 정부가 현재와 미래의 국민연금 재정 상황을 국민에게 솔직하게 알리고 개혁 논의를 다시 책임 있게 이끌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ankookilbo.com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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