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9년 9월 1일 새벽 4시 45분 나치 독일군이 폴란드 서쪽 국경을 침공한 지 만 80년이 지난 1일(현지시간) 독일은 폴란드에 다시 한번 고개 숙였다.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은 이날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첫 침공 지인 폴란드의 비엘룬과 그단스크의 베스테르플라테를 잇따라 찾아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용서를 구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비엘룬에서 열린 2차 대전 80주년 행사에서 독일어와 폴란드어로 “비엘룬 공습의 희생자들을 애도한다. 독일의 압제에 희생된 폴란드인들을 기리며 용서를 구한다”고 말했다. 폴란드 중부의 작은 도시인 비엘룬에서는 당시 독일 침공으로 민간인 1,200여명이 희생됐다.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은 “폴란드에서 반인륜적 범죄를 저지른 것은 독일인들”이라며 “우리는 절대 잊지 않을 것이다. 기억하고자 하고, 기억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행사에 함께 참석한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비엘룬 공습을 두고 “민간인을 겨냥한 테러이자 전쟁범죄”였다고 비판하면서도, 힘겨운 역사의 진실을 직시하려는 행동 속에 “용서하고 우정을 쌓을 힘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독일의 거듭된 사죄는 식민지 지배·강제 동원 피해자 배상 등의 문제에 있어 책임을 회피하는 일본과 대조를 이룬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본 내에서조차 그러한 반성이 나온다. 일본의 유력 차기 총리 주자 중 한 명인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은 지난달 23일 자신의 블로그에서 “(일본은) 전쟁 책임을 스스로의 손으로 밝힌 독일과 다르다는 걸 인식하지 않으면 안 된다”라며 일본 정부의 자성을 촉구했다.
다만 독일과 폴란드 사이에서도 완전한 과거사 청산이 이뤄진 것은 아니다. AFP통신에 따르면 폴란드는 지난 2015년 우파 포퓰리즘 성향의 ‘법과 정의당’(PiS)이 집권한 이후 독일이 제대로 배상을 하지 않았다면서, 의회 내 위원회를 설치하고 다시 배상금을 산정하는 등 독일에 배상 요구를 해오고 있다. 독일 정부는 1990년 1억5,000만 마르크를 배상 명목으로 지급해 법적으로 배상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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