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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왜 갑자기 주한미군기지 꺼내나… 트럼프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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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왜 갑자기 주한미군기지 꺼내나… 트럼프 “지켜보자”

입력
2019.09.01 17:31
수정
2019.09.01 19:14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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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소미아 종료 갈등 이어 기지 조기 반환 요청… 靑 의중 파악 주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주말 휴가차 캠프 데이비드로 떠나기에 앞서 백악관에서 기자회견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주말 휴가차 캠프 데이비드로 떠나기에 앞서 백악관에서 기자회견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한국 정부가 별안간 꺼내든 주한미군기지 조기 반환 카드에 미국은 즉각적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이어 주한미군 기지 문제를 이슈화하며 미국을 압박한 청와대 의중을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로 향하기 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났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주한미군 기지를 조기에 반환할 것을 미국에 요청했다는 청와대 발표에 대해 “글쎄, 우리는 한국과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겠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즉각적 답변이 어렵거나 곤란한 상황과 관련한 질문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자”식으로 대응해왔다. 한국의 이번 주한미군 기지 조기 반환 요청에 대해서도 원론적 반응만 내비친 것으로, 구체적 대응 방안에 대한 백악관 내부 의견이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는 뜻으로 읽힌다.

한미 방위비분담금협정(SMA) 협상을 앞두고 청와대가 직접 주한미군 기지 문제를 제기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백악관의 신중한 반응 역시 청와대의 느닷없는 발표에 내심 놀랐기 때문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을 대폭 증액해야 한다고 꾸준히 주장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5일만 해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회담에서 “한미 연합훈련은 불필요하다. 완전한 돈 낭비(a total waste of money)”라고 말했다. 이달 시작되는 제11차 방위비분담금협정(SMA) 협상을 앞두고 한국 측 방위비 분담금을 증액하기 위한 압박성 제스처였다. 이런 시점에서 나온 한국의 미군기지 조기 반환 요청은 ‘원하는 대로 방위비 분담금을 모두 내주지 않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반격’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번 요청은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으로 한미 간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는 가운데서 이뤄졌다. 미국 정부가 계속해서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공개적인 불만을 제기할 경우 한국으로서도 미국을 압박할 수 있는 ‘카드’가 있다는 점을 내비친 것이다. 미국으로선 지소미아를 종료한 한국을 더욱 압박하느냐, SMA 협상을 위해 압박을 누그러뜨리느냐의 선택지를 두고 고심하고 있을 것이란 게 외교가의 관측이다.

반면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따른 미 조야의 비판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동아태담당 선임보좌관은 지난달 31일 미국의소리(VOA)방송에 출연해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대해 “한미동맹이 탄광 속 카나리아가 됐다”고 평가했다. 탄광 붕괴 조짐을 먼저 알려주는 카나리아를 들어 한미동맹이 붕괴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본 것이다. 최근 “강한 우려”를 표명한 엘리엇 엥겔 미 하원 외교위원장에 이어 외교위 공화당 간사인 마이클 맥카울 의원도 VOA를 통해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이 같은 흐름을 타고 최근 한국의 행동이 동맹의 이익을 훼손하고 있다고 미 행정부가 판단할 경우 한미 간 갈등은 한미동맹의 효용성 문제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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