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 박채윤(25ㆍ삼천리)이 생애 첫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메이저 대회 정상에 올랐다. 마음을 비우고 자신의 별명처럼 차근차근 타수를 줄이다 보니 우승이 따라왔단다.
박채윤은 1일 강원 춘천시 제이드팰리스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KLPGA 투어 시즌 세 번째 메이저 대회 한화클래식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1개를 묶어 3언더파 69타를 기록, 최종합계 6언더파 283타로 우승했다. 지난해 6월 맥콜-용평리조트 오픈에서 데뷔 첫 우승을 차지한 그의 이번 시즌 첫 승이다. 우승상금 3억5,000만원을 쌓으며 상금랭킹 2위(6억4,836만원)로 뛰어오른 그는 대상 포인트에선 최혜진(20ㆍ롯데)을 제치고 선두로 뛰어올랐다.
전날까지 8언더파 208타로 선두를 달렸던 넬리 코다(21ㆍ미국)에 무려 6타차 뒤진 채 시작한 박채윤은 이날 최종라운드엔 우승에 대한 기대를 접고 나섰다고 한다. 이번 시즌 자신을 괴롭힌 목 통증이 좀처럼 낫지 않아 성적에 대한 욕심을 내기보단 자신의 경기 패턴 유지에 집중하겠단 마음에서다. 게다가 이날 코스 설정도 상당히 어려웠다. 가뜩이나 러프가 길어 LPGA 무대서 뛰는 김효주(24ㆍ롯데)나 코다도 힘들어하는데, 이날은 핀 위치가 그린 좌ㆍ우 끝부분에 꽂힌 경우가 허다했다. 대회 언더파를 기록한 선수가 12명밖에 없을 정도였다.
박채윤은 그럼에도 차분히 자신의 경기를 펼쳐 2번홀과 4번홀, 9번홀에서 버디를 기록하는 등 전반에만 2타를 줄였다. 15번홀까지 파로 막아낸 박채윤은 16번홀에서 버디를 잡아내며 단독 선두로 올라선 뒤 결국 우승을 차지했다. 경기 후 박채윤은 “목 부상으로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다음 대회(KGㆍ이데일리 레이디스 오픈) 출전을 포기하고 추석까지 치료에만 전념할 계획이었다”며 “16번홀에서 버디에 성공할 때만 해도 우승경쟁을 하고 있을 거란 생각을 못했는데, 마지막 홀에서야 단독선두인 걸 알았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 2주동안 몸을 다스린 뒤 남은 후반기 대회를 준비할 것”이라고 했다.
전날까지 선두에 올랐던 코다는 마지막 라운드에서 와르르 무너지며 KLPGA 무대 첫 우승 기회를 놓쳤다. 이날 첫 홀을 보기로 시작한 코다는 6번홀에서부터 크게 흔들렸다. 티샷이 오른쪽 카트 도로를 넘어 나무에 걸렸고, 결국 언플레이어블을 선언해 1벌타를 받은 뒤 공을 드롭해 경기를 재개하면서 더블보기를 범했다. 14번홀까지 버디 한 개 없이 보기3개와 더블보기 하나를 기록하며 5타를 잃은 코다는 15번홀에서 이날의 유일한 버디를 기록한 뒤 17번홀에서 또 보기를 범했다. 코다는 이정민(27ㆍ한화큐셀) 김소이(25ㆍPNS)와 함께 공동 2위에 그쳤다.
춘천=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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