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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남한 연일 맹비난하면서… 김정은, 경제 행보 ‘아리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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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남한 연일 맹비난하면서… 김정은, 경제 행보 ‘아리송’

입력
2019.09.01 17:40
수정
2019.09.01 21:15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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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안남도 양덕군 온천관광지구 건설현장을 시찰했다고 지난달 31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평양=조선중앙통신ㆍ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안남도 양덕군 온천관광지구 건설현장을 시찰했다고 지난달 31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평양=조선중앙통신ㆍ연합뉴스

북한이 최고인민회의가 끝난 직후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발언을 맹비난하는 담화를 발표하는가 하면, 대남 비난 메시지도 그치지 않고 있다. 북한 비핵화 실무협상 재개가 더욱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지만, 미국과 동등한 위치에서 협상을 시작하려는 일종의 샅바싸움이라는 분석이 함께 제기된다.

북한의 대미협상 핵심인물인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지난달 31일 발표한 담화에서 “미국과의 대화에 대한 우리의 기대는 점점 사라져가고 있으며 우리로 하여금 지금까지의 모든 조치들을 재검토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로 떠밀고 있다”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지금까지의 모든 조치’는 중ㆍ장거리 탄도 미사일 시험 발사 및 핵실험 중단,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등 북미가 논의하던 비핵화 단계를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 부상의 담화는 “북한의 불량행동이 간과될 수 없다”는 지난달 27일(현지시간) 폼페이오 장관 발언을 문제 삼았다. 최 부상은 “폼페이오가 ‘불량행동’이라는 딱지까지 붙여가며 우리를 심히 모독한 것은 그들 스스로가 반드시 후회하게 될 실언”이라며 “예정되어 있는 조미 실무협상 개최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고 했다. 이번 담화는 리용호 외무상이 폼페이오 장관을 “미국 외교의 독초”라고 맹비난한 지난달 23일 담화에 이어 일주일 만에 나온 것이다.

게다가 북한이 이달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 일반토의 기조연설자로 대사급을 통보했다고 알려지면서 북한이 미국과의 접촉을 피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그동안 거의 빠짐없이 유엔총회에 외무상을 파견해 온 북한으로선 이례적인 일인 데다 유엔총회를 계기로 가능성이 언급돼 온 폼페이오 장관과 리 외무상의 회담도 무산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북미 관계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2~4일 북한을 방문하는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리 외무상이 만날 것으로 전해져 두 사람의 대화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잦은 대미 비난 발언은 완전히 대화의 판을 깨자는 것은 아니라는 게 중론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지금까지 최선희 부상이 낸 담화 중 제일 온건할 정도로 북한이 일부러 대화를 지연하려는 의도라기보다는 적절한 협상 분위기를 만들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에게 물밑이든 공개적으로든 적극적인 대화의지를 보여주라고 요구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유엔총회 연설자도 회의 당일까지 바뀔 가능성이 남아 있다.

북한 대내적으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4개월여 만에 순수 경제 행보에 나선 사실이 전해졌다. 지난달 31일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따르면 최근 평남 양덕군 온천관광지구 건설장을 돌아본 김 위원장은 “자력갱생 정신”을 언급하며 내부 결속을 도모했다. 홍민 실장은 “그동안 미뤄 온 경제 행보에 주력하기로 한 건, 북한 내부 전략도 어느 정도 정리가 됐다는 의미”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북미 실무협상 재개를 낙관하면서도, 연말까지는 북한이 협상력을 키우기 위해 일관적이지 않은 행보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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