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1일 소비재에 15% 관세 조치… 중국, 트럼프 지지기반 농산물에 부과
양국 이달 중 추가협상 날짜 안 잡혀… 세계 경제 위협하는 불확실성 커져
미국과 중국이 1일부터 상대국 상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면서 본격적인 관세 난타전에 돌입했다. 9월 중에 무역협상이 재개될 것으로 보였지만 부정적 영향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미ㆍ중 양국이 협상 의지를 공개적으로 내비치고는 있지만 실질적으로 보복 관세부과가 교차하면서 세계 경제를 위협하는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1일 오전 0시(미국 동부 시간)부터 총 1,12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15%의 관세 조치에 돌입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중국도 같은 시간인 1일 정오(중국 시간)부터 미국산 수입품 5,078개 품목, 750억달러 규모 상품에 대해 10%와 5% 관세를 물리기 시작했다. 미국의 추가 관세에 대한 맞불 성격이다.
미국의 관세 부과는 주로 소비재 분야를 포함하고 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의류, 신발, 필기구, 기저귀, 텔레비전, 골프채, 낚싯줄 등에 대해 1일부터 15% 관세가 부과된다”고 전했다. 오는 12월 15일부터는 휴대폰 등 정보기술(IT) 제품들에 대해서도 추가 관세가 붙을 전망이다. 미국은 이미 2,5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물리고 있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관세율도 오는 10월 1일부터 30%로 5%포인트 상향 조정할 것이라는 엄포도 내려놓은 상태다.
중국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기반 흔들기에 나섰다. 대두와 돼지고기, 소고기 등 농산물을 포함한 1,717가지 품목에 대해 추가 관세가 부과됐다. 오는 12월 15일부터는 미국산 자동차와 부속품에 대해 보류했던 25%와 5% 관세 추징을 재개할 계획이다.
경제전문 매체인 미 CNBC 방송은 “미ㆍ중 무역전쟁이 이날(1일)을 기해 새로운 단계로 진입했다”라며 “소비자들이 타격을 입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브론윈 플로레스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 대변인은 1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만약 슈퍼볼 게임을 신형 TV로 보고 싶다면, 조속히 구매하는 것이 좋다”며 “(연말)휴가시즌에 가격이 오르는 상황을 볼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도 키링 보러스야크 런던칼리지대학 교수와 재비어 자라벨 런던정경대 교수를 인용해 “미국 국민이 감당해야 할 부담액이 가구당 연 460달러(약 56만원)에 달한다”는 분석을 내놨다. 오는 12월 발효될 관세의 영향까지 포함된 수치다. NYT는 “미ㆍ중 무역전쟁의 사상자 리스트에 미국 소비자들이 포함됐다”는 표현으로 상호 보복관세 부과의 피해를 묘사했다.
양국 간 대화는 교착 상태다. 지난 5월 초 미ㆍ중 무역협정 결렬 이후 대화는 멈춰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중국과 ‘다른 급’의 무역협상이 예정돼 있다고 언급하면서 미ㆍ중 갈등 해소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됐지만 추가 관세가 예정대로 부과되면서 대화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아직 이달 중 추가 협상 날짜는 발표되지 않은 상태다.
한편,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1일 미국의 추가 관세 부과와 관련해 “관세 몽둥이로 중국의 발전을 막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인민일보는 이날 중요 국제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종소리’ 평론에서 “중국의 소비 업그레이드가 가속화하고 소비시장의 잠재력도 크다”면서 “이는 중국 경제의 질적 발전에 큰 동력”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전진은 막을 수 없다. 미국의 일부 인사들이 대세를 거슬러 어떤 기도를 하더라도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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