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오픈 테니스대회(총상금 5,700만 달러)에서 맹활약하며 3회전까지 오른 정현(23ㆍ한국체대)의 질주는 세계랭킹 2위 라파엘 나달(33ㆍ스페인) 앞에서 멈췄다. 그럼에도 정현은 미소 지었고, 나달은 코트를 빠져나가는 정현을 향해 박수를 보내며 “(정현은)건강을 유지한다면 어떤 상대와 만나도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는 선수”라고 치켜세웠다. 부상을 극복하고 성공적으로 코트에 복귀한 정현은 “부상 없이 대회를 마친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정현은 1일(한국시간) 미국 뉴욕 빌리진 킹 내셔널 테니스센터에서 열린 대회 6일재 남자 단식 3회전에서 나달에 0-3(3-6 4-6 2-6)으로 패했다. 나달을 상대로도 크게 흔들리지 않는 경기력을 펼쳤지만 고비마다 아쉽게 포인트를 내주며 큰 산을 넘지 못했다. 2017년 프랑스오픈(3회전), 2018년 호주오픈(4강)에 이어 개인 통산 세 번째로 메이저 대회 단식 3회전에 진출한 정현은, 은퇴한 이형택(43)이 보유한 US오픈 남자 단식 한국 선수 최고 성적인 16강(2000년ㆍ2007년) 도전 길목에서 톱 랭커를 만나 꿈을 이루진 못했다.
상대 나달은 이번 대회에서도 어김없이 우승후보로 거론됐다. 게다가 본선부터 대회를 치른 그는 예선을 치르고 본선 무대에 오른 정현에 체력적으로도 우위였다. 정현은 초반부터 끌려갔지만, 그렇다고 쉽게 세트를 내주진 않았다. 1세트 나달의 첫 서브 게임에서 한 포인트도 따내지 못한 정현은 이어진 자신의 서브 게임에서는 한 차례 브레이크 포인트를 내줬으나 듀스 끝에 1-1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게임스코어 2-3에서 맞이한 자신의 서브 게임을 지키지 못했고, 이 차이가 1세트 끝까지 이어지며 먼저 세트를 내줬다.
2세트에서도 정현은 게임스코어 2-2에서 브레이크를 허용했고 반대로 한 번의 브레이크 포인트 기회도 얻지 못하며 좀처럼 실마리를 풀어가지 못했다. 승부가 기운 3세트에서는 결국 나달이 정현의 서브 게임을 두 번이나 브레이크하며 1시간 59분 만에 3-0 승리를 완성했다. 정현으로선 브레이크 포인트 기회를 한 번도 잡지 못하고, 공격 성공 횟수에서도 20-28로 뒤지며 실력차를 절감해야 했다.
정현은 경기가 끝난 직후 웃음으로 나달을 축하할 수 있었다. 지난 2월 허리 부상으로 7월 말까지 5개월의 공백기를 가진 뒤 처음 출전한 메이저 대회에서 3회전까지 진출한 건 그에겐 기대 이상의 결과였기 때문이다. 한국 돈으로 약 2억원에 달하는 상금(16만3,000달러)를 쌓은 데다 세계 랭킹도 140위 안팎으로 오를 전망이라 얻은 것도 많다. 승자 나달은 “나도 부상을 경험해 봤지만 부상을 이겨낸다는 건 매우 힘든 과정”이라며 “이번 대회가 정현에게 큰 의미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정현 또한 “100점 만점은 아니지만 공백기 이후 메이저 대회에서 예선 3연승 이후 본선에서도 5세트 경기를 두 번이나 했는데 부상 없이 마친 점은 긍정적”이라며 앞날에 대한 기대를 전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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