曺 낙마시켜 文정부 끝장 낼 태세
공정ㆍ정의 외치다 지역감정 조장
자성 없이 오버하면 부메랑 맞을 것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과 논란의 핵심에는 ‘공정’과 ‘정의’의 문제, 구조적인 계급 불평등의 현실이 있다. 촛불혁명에 동참하거나 뜻을 보탰던 많은 이들이 실망감과 분노를 표출하고 있고 일부는 아예 등을 돌렸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문재인 정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적잖은 타격을 입고 있음이 금방 확인된다. 그렇다고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정치적 반사이익을 누리는 것 같지는 않다. 지금대로라면 앞으로도 별반 다르지 않을 듯하다.
시점상으로 ‘조국 사태’는 한국당 지지율이 10%대로 추락할 만큼 위기의식이 클 때 시작됐으니 가뭄의 단비 같았을 게다. 그래도 초반 대응은 절제돼 보였다. 정치 공세를 펴면서도 전면에 나서지는 않았다. 하지만 ‘청와대ㆍ여당 vs 시민ㆍ청년세대’의 대립 구도로 흐르는 듯하자 어느 순간부터 ‘공정ㆍ정의의 사도’로 돌변했다. 시민ㆍ청년세대의 분노에 올라타 조 후보자를 반드시 낙마시킴으로써 문재인 정부의 숨통을 죄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었을 터.
패착이다. 아무렴 공정ㆍ정의에 대한 열망이 한국당을 향할까. 정치적 편향 논란 속에 촛불집회를 열었던 서울대 총학생회가 집회 도중 마이크를 잡았던 한국당 전직 대변인에게 사과를 요구한 건 상징적이다. 분노하는 민심 스스로가 한국당과의 어깨동무를 부담스러워한다, 정치적 지원 사격을 받는 정도라면 모를까. 신한국당 시절부터 20년 가까이 한국당을 삶의 터전 삼아온 A씨의 말이다. “지금이야 정부ㆍ여당에 워낙 화가 나 있어서 그렇지 결국 우리에게도 돌이 날아올 텐데 황교안 대표나 나경원 원내대표로 감당이 될 지 모르겠다.”
사실 한국당 ‘투 톱’에게서 공정이나 정의를 떠올리기 어려운 이유는, 계급적 불평등의 현실을 목도할 수 있는 계기가 차고 넘치기 때문이다. 황 대표는 “제가 법무장관을 지낸 사람인데 조국이란 사람이 후보로 거론됐다는 그 자체가 모독”이라고 했다. 혹시 본인 인사청문회 전후로 제기된 담마진 병역면제, 부동산 투기 및 증여세 탈루, 종교 편향성, 아들 병역특혜 및 KT 특혜채용 등 숱한 의혹을 기억하는 국민들이 얼마나 황당해할지 생각은 해본 걸까. 나 원내대표는 조 후보자 가족이 웅동학원을 돈벌이 수단 삼았다고 비난하고 조 후보자 딸 문제에 “부모의 탐욕으로 만든 아이의 가짜 인생” 운운했다. 혹시 부친이 이사장이고 본인도 10년 넘게 이사였던 홍신학원 비리, 딸의 대학입시 비리 의혹 등에 대해선 아무 부담이 없었을까.
철저한 검증을 명분 삼아 사실상의 ‘조국 가족 청문회’를 고집하는 것도 하책이다. 누가 봐도 가족을 인질로 삼겠다는 정략이다. 게다가 이는 여권 지지층의 결속력만 높일 뿐이다. ‘노무현’ 이름 석 자가 소환되고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침묵을 깬 건 의미심장하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일방적인 의혹제기의 쓰나미가 한 풀 꺾였고, 분노하던 시민ㆍ청년세대조차도 점차 냉정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해명이든 사과든 사퇴의 변이든, 어쨌든 조 후보자에게서 직접 듣고 판단하겠다는 흐름은 더 뚜렷해질 것이다. 이미 조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단순한 요식행위일 수 없게 됐다. 그런데도 법적 기한을 넘긴 여야 합의마저 뭉개고 나면 한국당은 그저 ‘국민 청문회’를 바라보는 것 외엔 수가 없을 것이다.
정당의 최우선 과제가 정권 획득이란 점에서 한국당이 ‘조국 사태’를 호기로 삼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스카이캐슬’의 본류임에 대한 최소한의 자성 정도는 나올 만큼의 염치는 있어야 하고, 야당답게 공세적인 태도를 취하되 현실적인 계산도 필요하다. 궁금하다. 한국당은 보수ㆍ진보를 망라한 기득권 세력에 분노하고 마음을 다친 이들이 기댈 수 있을 정도의 공정과 정의와 도덕으로 무장돼 있는지, ‘조국 사태’에서 문재인 정부의 끝을 보겠다는 그 결기를 현실화할 수 있는 충분한 준비가 되어 있는지. 뜬금없이 ‘광주일고 정권’ 심판을 외치는 노골적인 지역주의 선동 이튿날 ‘자위’ 운운하는 낯뜨거운 말을 듣자니, 조만간 ‘빨갱이’ 타령이 또 나오는 건 시간문제이겠구나 싶다.
양정대 논설위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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