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임에 기타무라 정보관 유력
일본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에서 외교ㆍ안보 분야의 최고사령탑을 맡아온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ㆍ75) 국가안전보장국(NSS) 국장이 이달 개각에 맞춰 퇴임한다. 야치 국장의 후임으로는 정보 당국인 내각정보조사실 수장 기타무라 시게루(北村滋ㆍ63) 내각정보관이 유력하다.
지난달 31일 마이니치(每日)신문 보도에 따르면, 야치 국장은 2014년 1월 NSS가 출범했을 당시부터 초대 국장을 맡으며 총리관저 내 외교ㆍ안보분야를 이끌어 왔다. 아베 정권의 장기 집권이 계속되면서 70대 중반의 고령이 된 야치 국장을 개각 때 맞춰 교체할 방침이라는 것이다.
외무성 출신인 야치 국장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郎) 정권 때인 2005년 1월부터 아베 1차 정권을 거쳐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정권 때인 2008년 1월까지 외무성 사무차관을 역임했다.
야치 국장은 고이즈미 총리 집권 시 잇따른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로 중ㆍ일관계가 악화해 있던 2006년 10월 외무차관으로서 아베 총리의 중국 방문을 전격 성사시켜 두터운 신임을 얻었다. 2012년 12월 2차 아베 정권 출범 직후에도 총리의 외교 브레인으로서 내각 관방 참여(고문)에 취임하면서 NSS 출범 등을 추진했다. 그는 이후 NSS 초대국장으로서 각국 실력자들과의 막후 협상을 이끌어 왔다.
야치 국장이 한국과 맺어온 인연도 적지 않다. 2015년 12월 한일 위안부 합의 발표 이전 물밑협상에서 한국 측 협상 책임자였던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의 일본 측 카운터파트로 나섰다. 7월말 일본의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우대국)에서 제외하는 각의(국무회의) 결정을 앞둔 긴박한 상황에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도쿄(東京)를 극비리에 방문, 담판을 벌였던 상대도 다름 아닌 야치 국장이었다. 청와대는 이와 관련해 “확인해 줄 수 없다”면서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한국의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한일 위안부 합의에 의해 설립된 화해ㆍ치유재단 해산 등으로 한국과의 외교에서 야치 국장의 영향력이 줄어들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이와 관련, 최근 경제산업성 출신으로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강화를 주도한 이마이 다카야(今井尙哉ㆍ61) 정무비서관이 야치 국장을 대신해 총리의 절대적인 신임을 얻으면서 외교분야까지 영향력을 확대하는 분위기이다.
요미우리(讀賣) 신문은 지난달 30일 “아베 총리가 2017년부터 중일 관계 개선을 위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추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ㆍ중국의 거대경제권 구상) 협력에 나섰는데, 이를 주도한 인사가 이마이 비서관”이라고 보도했다. 당시 총리관저에선 “일대일로는 경제정책으로, 중국과 협력해야 한다”는 이마이 비서관의 주장에 대해 외교ㆍ안보 사령탑인 야치 국장은 “미국, 인도와의 안보협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반대하며 맞섰다. 결국 아베 총리는 이마이 국장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야치 국장의 후임으로 꼽히는 기타무라 내각정보관은 아베 총리의 최측근으로 총리 직할 기관인 내각정보조사실(한국의 국가정보원) 수장이다. 그는 아베 총리의 북ㆍ일관계 개선 의지에 따라 지난해 몽골과 베트남 등에서 북한과의 물밑협상을 주도해 왔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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