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민통선 15㎞ 구간 개방
한반도 평화기원 6000명 레이스
“하나 될 대한민국을 기원하면서 달렸어요.”
강원 철원군과 한국일보가 공동 주최하고 철원군 체육회에서 주관한 ‘제16회 철원비무장지대(DMZ) 국제평화마라톤’ 대회가 1일 철원군 동송읍 장흥리 고석정 및 민통선 코스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올해 대회엔 국내외 마라톤 동호인 및 가족, 주한 외교사절 등 6,000여명이 한반도 평화 염원과 함께 행사에 참여했다.
고석정 광장에서 에어로빅으로 몸을 푼 참가자들은 오전 9시부터 군악대 연주에 맞춰 풀 코스(42.195㎞), 10㎞, 5㎞, 코스모스 10리길 걷기 순으로 출발했다.
출발에 앞서 이현종 철원군수와 이병언 코리아타임스 대표, 사이먼 스미스 주한 영국대사, 제임스 최 주한 호주대사, 헤이키 란타 주한 핀란드 상공회의소장, 한금석 강원도의회 의장, 심진선 제5보병사단장, 문경훈 철원군의회 의장, 김은숙 철원교육장, 남흥우 철원소방서장, 박지훈 2XU 이사, 2019미스코리아 입상자들이 무대에 올라 참가자들의 완주를 기원했다.
이 군수는 대회사에서 “이 대회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관심을 받는 마라톤으로 자리매김했다”며 “분단의 아픔을 뒤로 하고 철원의 황금평야를 달리며 아름다운 추억을 새기는 하루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준희 한국일보 사장은 미리 배포한 인사말을 통해 “올해 대회는 한반도 평화시대에 대한 간절한 바람이 커져가는 시점에 열리게 돼 의미가 깊다”며 “철원이 한반도 중심지역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는 덕담을 건넸다. 이병언 대표는 “평화의 고장 철원에서 완주의 기쁨을 누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달라”고 격려했다.
“피시니 라인에서 만납시다”란 수준급 한국어 실력으로 러너들의 완주를 기원한 제임스 최 대사는 10㎞ 코스를 달렸다. 사이먼 스미스 대사는 5㎞ 완주 뒤 “훌륭한 날씨와 흥겨운 이벤트가 함께한 이 대회는 최고였다”며 “영국은 유엔안전보장 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 한반도 평화를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프코스 참가자는 이날 오전 9시30분 ‘철마는 달리고 싶다’는 표지판으로 잘 알려진 월정리역에서 출발해 고석정 결승점에서 레이스를 마무리했다.
참가자들은 1년의 기다림 끝에 다시 만난 3번 국도 민간인통제선 코스(15㎞)를 달리면서 성큼 다가온 가을을 만끽했다. 철원에 주둔하는 제8기계화보병사단 예하부대 주임원사로 전역한 고창식(61)씨는 “한반도 평화와 가족과 회원들의 건강을 기원하며 뛰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5㎞ 참가자 전민주(32)씨는 “맑은 공기를 마시며 달렸더니 힘들 줄 모르겠다”며 “클럽 동료들과 좋은 추억을 남긴 하루였다”고 활짝 웃었다.
외국인 참가자들도 드높은 하늘과 황금들녘을 보면서 연신 감탄사를 연발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온 루스 트리시카(33)씨는 “어젯밤 만난 수많은 별들과 푸른하늘, 한탄강은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을 것”이라며 철원의 자연에 매료됐다. “전차, 전투기 등 무기와 많은 군 장병들의 모습이 이채로웠다”는 미국인 트레이너 잭 스틸먼(30)씨는 “내년 대회에는 꼭 1위에 도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코스모스 10길 걷기 코스 참가자 역시 원두막과 연못 등 대도시에서는 만날 수 없는 풍경에 푹 빠졌다. 이날 남자 풀 코스 부문에선 케냐의 조엘 키마루 케이요(37)씨가 대회 3연패이자 통산 다섯 번째 정상에 올랐다. 여자부에선 홍서린(41)씨가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86세 나이에 5㎞ 부문에 출전해 노익장을 과시한 임선빈씨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최고령 참가상을, 육군 5포병 여단은 최다 단체 참가상을 받았다.
대회 주최 측은 부문별 입상자들에게는 상금과 상패, 기념메달을, 참가자 전원에게 2XU 기능성 티셔츠와 철원사랑상품권 등을 증정했다.
철원=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