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대와 경찰 간 충돌이 격화하고 있는 홍콩 시위에서 시위대 상당수는 의료용 마스크와 헬멧, 고글 등을 사용해 얼굴을 가리고 있다. 지난 6월부터 지속된 시위로 지금껏 900명 가까이 체포한 경찰 당국의 마구잡이식 신원 추적을 피하기 위한 몸부림이다. 홍콩 당국이 설치한 ‘스마트 가로등’에 안면인식 카메라가 설치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시위대가 직접 가로등을 톱으로 자르며 철거하기도 했다.
신원 추적을 둘러싼 갈등은 홍콩 시위에서만 벌어지는 것은 아니다. 범법자를 색출하기 위한 안면인식 기술이 오히려 감시 사회를 강화한다는 우려로 저항적 활동가나 예술가들이 이를 무력화하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다고 CNN이 최근 전했다.
미국 뉴욕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 페드로 올리베이라와 세디 첸은 ‘스마트 복면’ 등 첨단 시위 도구를 선보이는 ‘백래시(backlashㆍ반발)’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이 개발한 ‘스마트 복면’은 얼굴을 가리는 동시에 큐알(QR) 코드 같은 컴퓨터 문양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기능도 담았다. 복면으로 신원을 감추면서도 복면에 새겨진 문양을 애플리케이션(앱)으로 해독할 수 있게 해 외부 저널리스트 등에게 집회 의미를 전달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들은 또 근처에 경찰이 있는 상황을 다른 시위대에 알려주는 기능을 하는 ‘패닉 버턴’, 스텐실로 낙서를 해서 시위대끼리 앱을 통해 메시지를 읽을 수 있게 하는 장치 등 시위 도구도 선보였다. 이 도구들은 판매용은 아니며 이 문제에 대한 토론을 유도하기 위해 개발한 것이란 게 이들의 취지다. 올리베이라는 CNN에 “우리가 어떤 해결책을 제시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경찰의 초(超)군사화와 시위대에 사용되는 기술에 대해 논의를 해보자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컴퓨터 시각 예술가 아담 하비는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안티 페이스(Anti-face)라는 주제로 얼굴을 위장하는 다양한 스타일을 제시하고 있다. 얼굴을 가리는 헤어스타일, 얼굴 윤곽선을 흐릿하게 하거나 얼굴을 비대칭적으로 만드는 화장법 등을 소개해 안면 인식 기술에 대한 저항 의식을 표출하고 있다. 전위 예술가 자크 블라스도 생체 정보를 통한 감시사회 및 안면인식 기술을 꼬집는 내용의 ‘얼굴 무기화’ ‘안면 감옥’의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이들이 타깃으로 삼는 안면인식 기술은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유력 IT 기업들이 너도나도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는 첨단 분야다. 디지털 기기 신원 확인서부터, 자동 주행, 출입국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접목되고 있는데 범법자 색출 명목으로 공권력과 결합되면서 감시 사회에 대한 논란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