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난폭 운전 용의자가 지난달 10일 이바라키현 도로 상에서 시비가 붙은 운전자를 주먹으로 가격하는 장면이 피해자의 차량용 블랙박스에 녹화됐다. ANN 뉴스 캡처

일본에서 사회문제로 떠오른 난폭 운전 방지책으로 차량용 블랙박스의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다. 경찰도 난폭 운전의 증거 확보를 위해 블랙박스 영상을 접수하는 인터넷 사이트를 개설하는 등 운전자들의 정보 제공을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이후 난폭 운전으로 사망사고가 잇따르고 있는 데다 지난달 10일 이바라키(茨城)현 도로에서 발생한 운전자 구타사건이 발단이 됐다. 피해자가 경찰에 제공한 영상에 따르면, 난폭 운전 용의자 A(43)씨는 주행 중인 B(23)씨의 차량을 앞질러 수㎞에 걸쳐 갑작스러운 차선 변경과 감속을 반복하면서 위협했다. 이후 양측이 시비가 붙으면서 차에서 내린 A씨는 차창을 내린 피해자 B씨의 얼굴을 수 차례 가격했다. 당시 상황이 B씨가 설치한 블랙박스에 촬영됐고, 경찰은 이를 근거로 종적을 감춘 A씨를 전국에 지명수배하면서 지난달 19일 체포했다. 해당 뉴스와 관련해 피해 당시의 영상이 TV를 통해 반복적으로 방송되면서 운전자들이 만약을 대비하기 위해 블랙박스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NHK에 따르면 지난 8월 19일까지 도쿄(東京)의 한 자동차용품 매장에서 판매된 블랙박스는 전년 동기 대비 40% 증가했다. 판매 중인 블랙박스는 30여종이지만 가장 인기 있는 것은 차량 내부와 양쪽 문 등 사각 없이 촬영 가능한 제품이다. 360도 촬영이 가능한 제품의 가격은 4만~7만엔(약 45만원~79만원) 정도로, 전방 촬영이 가능한 제품(1만5,000엔~2만엔), 전방 및 후방 촬영이 가능한 제품(2만~3만5,000엔)에 비해 가격이 비싸다.

이번 사건과 관련한 영상이 TV 등을 통해 공개된 이후인 8월 12~18일 블랙박스 판매량은 전주 대비 1.7배를 기록했고, 360도 촬영 가능한 제품에 한정할 경우엔 2~3배로 급증했다. 이밖에 ‘블랙박스가 설치돼 있습니다, 전ㆍ후방 녹화 중’이라고 써있는 스티커도 인기다. 이를 차량에 붙여놓는 것만으로도 상대방의 난폭 운전 억제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블랙박스 보급이 확대되면서 교토부(京都府) 경찰은 지난해 3월 홈페이지에 난폭운전에 관한 정보를 접수할 수 있는 인터넷 사이트를 개설했다. 후쿠오카(福岡)현과 가나가와(神奈川)현 경찰도 유사한 인터넷 사이트를 마련했다. 경시청은 “난폭 운전 방지를 위해선 운전자가 제공하는 정보가 중요하다”라며 “운전자로부터 정보를 받으려는 움직임이 각 지방자치단체 경찰에서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경시청은 지난해 1월 시행세칙을 통해 △전방 차량에 격렬하게 접근 △불필요한 급제동 △옆 차량에 근접 등의 난폭 운전의 유형을 예시로 들었다. 이에 따른 지난해 ‘차간 거리 의무 위반’ 적발 건수는 1만3,025건으로 전년 대비 1.8배 증가했다. 2014년 이후 2017년까지 3년 연속 감소해 왔으나 지난해 급증하면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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