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부결된 경우는 0.9% 불과…주총 영향력은 아직 ‘종이호랑이’
주주총회에서 대부분 안건에 찬성만 해 ‘주총 거수기’라는 비난을 받았던 국민연금이 달라졌다. 지난해 7월 말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책임 원칙)를 도입한 후 반대 의결권행사 비율이 급상승하는 등 적극적으로 주주 권리를 행사하고 있다.
1일 국민연금공단 ‘2015∼2019년 국민연금 의결권행사 현황’ 자료를 보면, 최근 5년간 국민연금이 투자기업의 주총에 참여해 반대 의결권을 행사한 비율은 2015년 10.1%, 2016년 10.1%, 2017년 12.9% 등 10%대에 머물렀다. 그러나 스튜어드십 코드 시행 후에는 반대 의결권행사 비율이 급상승하고 있다. 지난해는 18.8%, 올해 1∼4월까지는 20.4%를 기록했다.
올해 국민연금은 1∼4월 기간에 총 997개 기업의 주주총회에 총 636회 참석해 2,987개 안건에 의결권을 행사했다. 이 가운데 20.4%인 610개 안건에 반대표를 던졌다. 찬성은 2,374건(79.5%), 중립은 3건(0.1%)이었다. 반대한 안건의 종류는 △이사 및 감사 선임 243건(39.8%) △보수 한도 승인 240건(39.3%) △정관변경 92건(15.1%) △기타 35건(5.7%) 등이었다.
그러나 국민연금의 반대 의결권 행사가 실제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지난해 반대 의결권을 던진 주총안건 539건 중 실제 부결된 안건은 겨우 5건, 비율로는 0.9%에 그쳤다.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후에도 아직까지 주총에서 국민연금의 영향력은 ‘종이호랑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연금연구원의 최희정 부연구위원이 작성한 ‘해외 연기금의 의결권행사 동향 및 시사점’이란 보고서에 따르면 노르웨이 국부펀드(GPF), 일본공적연금(GPIF·연금적립금관리운용), 네덜란드 공적연금(ABP), 캐나다 연금투자위원회(CPPIB), 미국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calPERS·캘퍼스) 등 해외 주요 연기금은 여성 임원의 선임 등 이사회 구성원의 다양성 추구를 요구하거나, 책임투자 관련 공시 확대를 요구하는 등 주주관여 활동을 펼치고 있다. 국민연금은 ‘경영 간섭’이라는 경영계의 반발을 우려해 아직 이 정도로 적극적인 주주관여 활동은 하지 않고 있다.
최 부연구위원은 “적극적인 주주관여 활동을 하려면 그 당위와 실행 방법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면서 “국민연금은 급격한 변화를 추구하기보다는 점진적으로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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