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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시위, 저녁 8시31분 촛불 대신 휴대폰 들고 민주주의 불을 밝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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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시위, 저녁 8시31분 촛불 대신 휴대폰 들고 민주주의 불을 밝혀라

입력
2019.08.31 10:30
수정
2019.08.31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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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위 열려던 차터가든 적막, 금지 표지판 덩그러니 

 기독교 단체, 번화가 완차이에 집결해 시위로 맞불 

홍콩 시위를 주도하는 민간인권진선이 31일 페이스북에 띄운 포스터. 저녁8시31분 각자의 자리에서 휴대폰의 불을 밝히고 홍콩 민주주의의 열기를 전역으로 확산시켜 바다를 이루자는 구호가 담겼다. 민진 페이스북 캡처
홍콩 시위를 주도하는 민간인권진선이 31일 페이스북에 띄운 포스터. 저녁8시31분 각자의 자리에서 휴대폰의 불을 밝히고 홍콩 민주주의의 열기를 전역으로 확산시켜 바다를 이루자는 구호가 담겼다. 민진 페이스북 캡처

홍콩 시민들이 31일 저녁 각자의 자리에서 휴대폰의 불을 밝히는 방식으로 민주화 요구를 표출할 예정이다. 경찰이 이날 오후로 예고된 도심 집회를 금지하고 시위 주도자를 대거 체포하며 실력 과시에 나서자 촛불 대신 휴대폰을 든 셈이다.

다만 종교 단체를 비롯한 일부 시위대는 이에 아랑곳없이 거리로 나설 방침이어서 곳곳에서 물리적 충돌이 벌어질 수도 있다. 12주째를 넘어선 홍콩 시위가 정부의 강력한 압박으로 일단 잦아들었지만, 시민들이 비축한 힘을 언제든 또다시 분출할 수도 있어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갯속으로 빠져드는 모양새다.

시위를 주도하는 민간인권진선은 31일 페이스북에 “이건 민진의 명령”이라며 “오늘 저녁 8시31분에 당신이 어디에 있든 휴대폰의 불을 밝히고 우리의 구호를 외치면서 민주주의의 불꽃이 홍콩 전역으로 퍼져나가 바다를 이루도록 하자”고 촉구했다. 8월31일은 5년 전인 2014년 행정장관(홍콩 정부수반) 직선제를 요구하며 79일간 도심을 점거했던 ‘우산 혁명’이 무산돼 간선제를 시행하기로 결정한 날이다.

따라서 당초 이날 집회에서는 기존 범죄인 인도법(송환법) 철폐 외에 보통선거 실시를 집중적으로 요구하려 했다. 하지만 경찰이 집회를 금지하면서 엄정 처벌을 공언한 터라, 무리하게 모여 더 큰 피해를 자초하기 보다는 시민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면서 ‘면’이 아닌 ‘점’의 형태로 시위를 벌이자는 구상이다.

당초 31일 오후 홍콩 시민들이 대규모 집회를 열려던 도심 차터가든. 공격행위를 금지한다는 표지판이 덩그러니 놓였다. 김광수 특파원
당초 31일 오후 홍콩 시민들이 대규모 집회를 열려던 도심 차터가든. 공격행위를 금지한다는 표지판이 덩그러니 놓였다. 김광수 특파원

실제 30일 밤 둘러본 홍콩 도심 차터가든에는 적막한 분위기만 감돌았다. 민진이 31일 오후3시 대규모 집회를 열려던 곳이다. 한 가운데 덩그러니 놓인 표지판에는 ‘금지된 공격 행위를 하면 처벌 받을 것’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차터가든 주변에서 한국인을 비롯한 가족 단위 여행객을 간간이 마주쳤지만, 오히려 홍콩 시민들은 총총 걸음으로 이곳을 재빨리 지나치며 눈길 한번 건네지 않았다.

31일 밤에 찾은 홍콩 도심 차터가든. 수만명이 모일 수 있는 공간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경찰이 집회를 금지하면서 외국 관광객들만 근처를 오갈뿐 황량한 분위기 속에 홍콩인들은 시선을 외면하며 황급히 지나쳤다. 김광수 특파원
31일 밤에 찾은 홍콩 도심 차터가든. 수만명이 모일 수 있는 공간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경찰이 집회를 금지하면서 외국 관광객들만 근처를 오갈뿐 황량한 분위기 속에 홍콩인들은 시선을 외면하며 황급히 지나쳤다. 김광수 특파원

하지만 홍콩의 기독교 단체는 이날 낮12시30분 번화가인 완차이에서 시위에 나설 예정이다. 기독교 인사들은 “종교 행사를 겸한 것이기 때문에 경찰의 사전 승인을 받을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이 불을 붙일 경우, 경찰의 금지방침에도 불구하고 곳곳에서 가세해 시위 규모가 커질 수도 있다. 또 홍콩 시민들은 1일 공항 진입도로 방해 시위와 2일 총파업 및 동맹 휴학을 준비하고 있다. 도심에서 막힌 시위 열기가 다시 얼마나 확산될지, 아니면 정부의 기세에 눌려 당분간 상황을 주시하는 소강국면으로 접어들지 분수령을 맞은 홍콩 사태가 새로운 기로에 섰다.

홍콩=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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