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딸 입시 스펙 논란 커지자… 문 대통령 “실행 가능한 방안 강구를”
문재인 대통령이 1일 대학입시 제도를 재검토할 것을 주문한 것은 최근 불거진 ‘입시 특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이 고교 시절 인턴 2주 만에 의학논문 제1저자로 등재된 사실이 알려지며, 대학 입시에서 정시(수능)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는 여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상황과도 무관치 않다. 하지만 문제풀이식 교육, 공교육 붕괴 등 수능 체제의 대안으로 수시가 탄생한 만큼 ‘비율’을 논하기 전에 학종의 공정성 확보 방안을 모색하는 게 순서라는 지적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이날 “입시제도가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많다”며 “이상론에 치우치지 말고 현실에 기초해 실행 가능한 방안을 강구하라”고 촉구했다. “조 후보자 딸에 대한 문제와는 별개”라고 선을 그었지만, 최근 장관 후보자들의 잇따른 ‘자녀 스펙’ 논란으로 대입 공정성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교육 당국은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 대한 공정성 논란이 지속되자 지난해 공론화 과정까지 거치며 대입제도 개편을 논의했지만, 대학들에 “2022학년도부터 정시 비중을 30% 이상으로 늘리라”고 권고하는 데 그쳐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최근 여러 교육시민단체는 잇따라 기자회견을 열고 정시를 확대하고 수시를 축소하라고 촉구했다. 노형욱 국무조정실장도 지난달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50% 이상으로 정시를 확대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전적으로 생각을 같이한다”고 답했다. 올해 고3이 치르는 2020학년도 대입에서 수시 비중은 77.3%로, 역대 최대다.
수시는 크게 교과 성적, 내신을 중심으로 한 ‘학생부교과전형’과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를 기반으로 자기소개서 등 서류와 면접을 보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으로 나뉜다. 전체 대학을 놓고 보면 수시 모집인원의 32%(2020학년도 기준)가 학종으로, 학생부교과전형(54.5%)보다 더 적지만 학생 선호도가 높은 수도권 주요 대학들은 학종 선발 인원이 더 많다. 서울대만 하더라도 수시 모집인원(정원 외 제외) 2,495명을 전원 학종으로 뽑는다. 고려대와 성균관대도 수시 내 학종 비율이 각각 74.4%, 71.6%로 높은 편이다.
정시 확대를 주장하는 쪽에서는 수시, 특히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이 ‘깜깜이’ 전형이라 공정성을 담보하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박소영 정시확대추진학부모모임 대표는 “10년 전 입학사정관제도든 지금 학종이든 조 후보자 딸 사례처럼 법적으로 문제 삼았을 때 구체적 증거가 있지 않고서는 (부정입학) 진실을 밝히기 어렵다는 게 수시의 허점”이라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그러면서 “학종이 공정성을 살리겠다고 (소논문, 교외수상 등) 다 빼면서 학생을 뽑는 기준이 더 애매해졌다”고 말했다.
반대로 수능 중심의 대입 체제가 갖는 문제가 더 많다고 보는 이들은 정시 확대를 우려한다. 전경원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참교육연구소장은 “고등학교 3년간 EBS 문제집과 씨름하는 교육이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창의적인 역량을 키우는데 도움이 될 지는 의문”이라며 “수능의 비중이 커질수록 아이들이 학교 와서 자고, 저녁에 사교육 기관 가서 공부하는 교실 붕괴가 가속화된다”고 지적했다.
수능 대 학종의 비율 논쟁 전에, 학종의 공정성 확보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현 우리교육연구소장은 “명문대 학종 비율이 60~70%인데, 이 중에 내 서류는 부모님 도움 전혀 없이 온전히 내가 만들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며 “국민 눈높이에서 투명하고 공정하게 운영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게 순서”라고 말했다.
전경원 소장은 “학생 입장에서 보면 학종은 왜 붙었는지, 왜 떨어졌는지 알 수가 없다”며 “이의제기 절차를 제도적으로 정비하고, 대학도 ‘평가지표’를 공개해 선발 방식에 대한 신뢰성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초대 입학사정관협의회장을 지낸 임진택 경희대 수석입학사정관은 “법령에 입학사정관에 대한 자격 요건을 구체적으로 명시해 대학이 학생을 제대로 평가한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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