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다음달 말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제74차 유엔 총회에 참석하지 않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불참이 확정될 경우 지난달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이어 북미 고위급 회담 기회가 사라지는 셈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리 외무상의 불참이 북미 실무협상 재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북한 전문매체 NK뉴스는 29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 리 외무상의 유엔 총회에 불참한다고 보도했다. 불참 이유는 분명치 않다고 밝힌 뒤 북한이 대미 강경노선을 유지하는 차원에서 이런 결정을 내렸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당초 북한은 유엔 측에 리 외무상이 참석할 예정이라고 통보했고, 9월 28일 회의에서 리 외무상이 기조연설을 한다고 알려진 바 있다.
리 외무상의 유엔 총회 참석 여부에 주목하는 건 회의 계기로 북미 고위급 회담 성사 가능성이 점쳐졌기 때문이다. 리 외무상은 2016년 외무상 직을 맡은 후부터 유엔 총회에 빠지지 않았던 점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했다. 하지만 총회 참석 여부가 불투명해지면서 리 외무상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간 회담 시기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특히 북한이 미국과 실무협상 전 기싸움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목적으로 리 외무상을 불참시킬 경우 실무협상 재개마저 늦춰질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태국 방콕에서 열린 ARF 회의에 리 외무상이 참석하지 않았을 때도 북측이 이런 의도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었다.
다만 우리 정부는 유엔 총회가 아직 한 달 가량 남았기 때문에 북한 의중을 속단하긴 이르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외교 소식통은 “유엔 총회 기조연설자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계속해서 바뀐다”며 “북한의 대미 입장이 대화 기류로 변하는 신호가 없어 불참 가능성이 있긴 하지만 정부도 지금으로선 판단을 보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북미 실무협상과 유엔 총회 참석 여부가 별도라고 판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