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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마이너스 금리’ 확산… "경기 둔화 부채질" 경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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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마이너스 금리’ 확산… "경기 둔화 부채질" 경고음

입력
2019.09.03 04:4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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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지난 3월 ECB 본부에서 통화정책위원회를 마친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드라기 총재는 2014년 ECB의 예치금리를 마이너스로 내리는 경기부양책을 도입했다. 프랑크푸르트=로이터 연합뉴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지난 3월 ECB 본부에서 통화정책위원회를 마친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드라기 총재는 2014년 ECB의 예치금리를 마이너스로 내리는 경기부양책을 도입했다. 프랑크푸르트=로이터 연합뉴스

예금을 하면 오히려 비용을 물어야 하고 돈을 빌리면 거꾸로 돈을 벌게 되는 비상식적인 상황. 글로벌 경제에 확산되고 있는 마이너스 금리가 연출하고 있는 풍경이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앞다퉈 국내외 경기 둔화에 맞서 기준금리를 제로(0) 밑으로 떨어뜨리며 공격적 통화완화 정책을 펴고 있고, 이에 따라 국채 등 자산 금리도 마이너스 영역에서 형성되고 있다. 한편에선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경기 부양에 도움이 되기보단 경기 둔화를 심화하는 역효과를 낳고 있다는 지적도 확산되고 있다.

 ◇마이너스 정책ㆍ국채 금리 확산 

2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도입 초기 효과를 의심 받던 마이너스 금리 정책은 각국 통화정책으로 속속 채택하면서 점점 일반화하고 있다. 현재 중앙은행 기준금리를 제로 이하로 설정한 국가는 일본(-0.10%), 스웨덴(-0.25%), 덴마크(-0.65%), 스위스(-0.75%)이며 유럽중앙은행(ECB) 또한 정책금리 중 예치금리(은행의 중앙은행 예치금에 적용되는 금리)에 -0.40%로 정해 운용하고 있다. 마이너스 금리는 아니지만 포르투갈(0%), 이스라엘(0.25%), 헝가리(0.90%) 등 기준금리를 0%대로 유지하고 있는 국가도 여럿이다.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세계 경기 전망이 점점 악화하면서 각국 중앙은행은 금리를 더 내릴 태세다. 11월부터 ECB 총재를 맡게 되는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지난달 29일 유럽의회에 보낸 서면 답변에서 “중앙은행은 더 금리를 내릴 여력이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은행(BOJ) 총재 역시 지난 7월 금리 동결을 발표하면서 “성장 동력을 상실할 가능성이 높아질 경우 추가 금융 완화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과 일본에선 마이너스 금리 채권도 늘고 있다. 일례로 독일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연초 0.1%대에서 지속적으로 하락하며 이날 현재 -0.7% 안팎을 기록 중인데, 국내에선 이 상품을 기초자산으로 삼은 파생결합펀드(DLF)가 독일 국채 금리 하락 영향으로 대규모 손실 위기에 처한 상황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세계 시장에서 거래되는 마이너스 금리 채권이 16조달러(약 1경9,400조원)어치를 넘어선 상태다.

급기야 개인을 대상으로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하는 상황까지 나타났다. 덴마크의 위스케은행은 1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연간 고정금리 -0.5%로 제공하고 있다. 동시에 750만크로네(13억4,000만원) 이상 예금자에는 -0.6% 금리를 ‘보관료’ 개념으로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저작권 한국일보]마이너스 기준금리를 채택한 중앙은행들-박구원기자/2019-09-02(한국일보)
[저작권 한국일보]마이너스 기준금리를 채택한 중앙은행들-박구원기자/2019-09-02(한국일보)

 ◇”마이너스 금리, 오히려 역효과 초래” 

마이너스 금리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견해도 잇따르고 있다. 영국 바스대 경영대학원 연구팀은 지난달 29일 ECB과 BOJ 등이 채택한 마이너스 예치금리 정책이 취지대로 대출을 늘리긴커녕 오히려 감소시켰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 중앙은행은 시중은행이 준비금을 중앙은행에 맡기는 대신 대출에 적극 나서 경기 회복을 유도할 목적으로 예치금리를 마이너스로 설정했다.

연구팀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3개국의 자료를 조사한 결과 마이너스 금리를 채택한 국가의 대출은 그렇지 않은 국가에 비해 오히려 약화했다. 은행의 수익성이 나빠지면서 대출 영업이 여의치 않아진 탓이다. 연구를 주도한 뤼셰 교수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의 좋은 예”라며 “마이너스 금리 정책은 금융위기 이후 부실 대출이 많은 환경에서 특히 역효과를 초래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양적완화(채권 매입을 통한 유동성 공급) 같은 여타 통화량 확대 정책의 효과도 상쇄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에서도 마이너스 금리 회의론을 표방한 연구논문이 여럿 나왔다.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연은) 경제조사부는 지난달 26일 보고서에서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물가 상승에 대한 기대를 올리긴커녕 경기 불황이 임박했다는 전망을 강화해 오히려 시장심리를 위축시켰다고 분석했다. 캔자스시티 연은의 앤드류 글로버 선임경제학자도 같은 날 공개한 보고서에서 “경제 불황 전망 탓에 유동성 함정(통화완화 정책이 경기 회복 효과를 상실하는 현상)이 현실화할 경우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채택해도 상황을 뒤집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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