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3국이 30일 상호존중과 호혜 원칙 아래 새로운 10년의 문화 교류ㆍ협력 기틀을 마련하자는 ‘인천 선언문’을 내놓았다. 3국 공통의 문화 관련 의제를 발굴하고 실천하기 위해 2007년부터 시작해 올해 11회를 맞은 ‘3국 문화ᆞ관광장관 회의’ 결과다. 연례 행사에서 나온 예견된 결론이지만 화이트리스트와 지소미아(GSOMIA) 등 안보ㆍ경제 이슈를 둘러싼 한일 갈등과 긴장이 민간 교류 영역으로 확산될 우려가 컸던 만큼, 정치를 배제한 이날 공동선언은 유달리 기대를 모은다.
선언문에서 3국은 문화장관 회의가 지난 10년간 서로의 다양성을 증진하고 동아시아 지역의 평화 구축에 기여한 점을 확인한 뒤 향후 10년 동안 미래세대인 청소년 교류를 활성화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문화협력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2018년 평창, 2020년 도쿄, 2022년 베이징 등 3국이 연이어 올림픽을 개최하는 것을 계기로 공동 문화프로그램을 추진하고, 국립예술기관의 교류 경험을 토대로 민간 기관의 교류 협력을 장려키로 합의한 것도 성과다.
문화 영역의 3국 선언에 동참한 한일 화해 기류가 최근까지 관계 악화의 책임을 서로 떠넘겨온 양국의 깊은 정치경제적 골을 쉽사리 메우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양국이 확전을 자제하고 대화 채널을 유지하는 조치를 이어 가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다. 비록 입장 차만 재확인했다고 하나 그제 양국 국장급 외교 당국자가 만나 상호 관심사를 논의한 데 이어 한일의원연맹의 일본 측 간사가 오늘 방한해 이낙연 총리 등과 면담하는 것도 눈길을 끈다. 일본이 수출규제 품목으로 지정한 반도체 공정용 불화수소 수출 1건을 허가했다는 뉴스도 나왔다.
때마침 문재인 대통령은 내달 동남아 순방을 앞두고 태국 매체와 가진 인터뷰에서 과거사와 연계된 일본의 부당한 경제보복 조치를 비판하면서도 “일본이 대화와 협력의 장으로 나온다면 언제라도 손을 잡고 협력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한국과 일본 모두의 가까운 친구인 아세안도 힘을 모아달라”는 당부도 곁들였다. 역사 문제에서 경제로, 또 안보로 확산된 한일 갈등을 푸는 열쇠는 상호 존중과 호혜 정신이고 동력은 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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