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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죄 따로 선고’ 선거법, 1·2심 재판부·검찰 왜 몰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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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죄 따로 선고’ 선거법, 1·2심 재판부·검찰 왜 몰랐나

입력
2019.08.30 17:48
수정
2019.09.01 09:49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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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상고심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이 선고를 시작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지난 29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상고심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이 선고를 시작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지난 29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박근혜 전 대통령 사건을 절차적 이유로 파기환송하면서 “법원과 검찰이 실수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법원 내에선 “이해할 법하다”는 목소리도 있는 반면, “어쨌든 잘못된 일”이란 자성론도 나온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이 박 전 대통령 사건 파기환송 판결의 근거로 삼은 건 공직선거법상 18조 3항, 분리선고 조항이다. 이 조항은 대통령,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등 선출직 공무원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죄와 다른 죄를 함께 지었을 경우, 두 범죄를 분리해 선고하게 했다.

이는 뇌물죄 형량이 선거권과 피선거권 제한에 연결되어 있어서다. 선출직 공직자가 뇌물죄로 벌금 100만원 이상을 선고받으면 향후 5년간, 집행유예 때는 10년간, 징역형 때는 형이 끝난 뒤 10년간 선거권과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선거 출마를 막는 피선거권 제한은 정치인에겐 아주 중요한 문제다. 서울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피선거권 제한 기한을 명확히 하기 위해 다른 여러 죄가 있을 경우 뇌물죄만큼은 형을 따로 선고하도록 한 것”이라 말했다.

문제는 국정농단이라는 대형 사건 재판을 1년6개월 동안 수십차례 진행했던 1ㆍ2심 재판부와 검찰이 왜 이걸 몰랐느냐다.

법조계에선 박 전 대통령 사건 자체가 희귀한 사례라 그랬을 것이란 추측이 나온다. 고위법관 출신의 한 변호사는 “공선법이나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기소된 공직자에 대해 분리선고해야 한다는 건 법조인이라면 다 알지만, 뇌물이나 직권남용 등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공선법을 적용해 분리선고 해야 한다는 걸 아는 법조인은, 사례 자체가 드물다 보니 많지 않았을 것”이라 말했다. 뇌물죄를 다루면 형법을 보지, 공선법을 볼 생각까진 못했을 것이란 얘기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도 “형사사건을 오래 해본 판사라도 선거 관련 재판을 해보지 않았으면 몰랐을 조항”이라며 “잘했다는 건 아니지만, 전혀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건이 지닌 무게감 때문에 온 국민적 관심이 쏠리고 법원, 검찰 할 것 없이 총력전을 벌인 재판에서 분리선고 조항을 놓쳤다는 점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형사재판을 오래 한 현직 부장판사는 “뇌물 사건을 전담으로 하는 부패전담부가 진행한 사건인데 이를 걸러내지 못한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며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박 전 대통령 판결은 이명박 전 대통령 항소심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통령도 뇌물과 함께 횡령, 국고손실 등 혐의가 함께 적용됐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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