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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벌어 강변 살자” ‘1평 쪽방’에서 청소년이 꿈꾼 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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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벌어 강변 살자” ‘1평 쪽방’에서 청소년이 꿈꾼 랩

입력
2019.08.30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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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래퍼’ 준결승 진출 영케이 1집 ‘타임 랩스’ 발매

‘스웨그’ 쫓지 않는 래퍼 “내가 겪은 삶이 나의 랩이다”

Mnet '고등래퍼3' 준결승에 올랐던 래퍼 영케이. 모조피플레코즈 제공
Mnet '고등래퍼3' 준결승에 올랐던 래퍼 영케이. 모조피플레코즈 제공

3.3㎡. 소년은 서울 성수동의 ‘1평 쪽방’에 살았다. 겨울엔 외풍이 새어 들어오는, 유독 추운 방이었다. 열 여섯 살이던 그는 혼자였다. 부모 곁을 떠나 2017년부터 서울 살이를 시작했다. 소년의 고향은 경기 이천, 돌다리를 건너 등교했던 ‘6시 내 고향’에 나올 법한 한적한 시골이었다. 그런 그가 홀로 맞닥뜨린 서울은 각박했다. 고된 타향 살이였지만, 투덜거릴 수는 없었다. 래퍼가 되기 위해 스스로 택한 고생길이었기 때문이다.

소년은 성장통을 랩에 실었다. “시간이 많이 지났지, 너무 힘들었던 여정, 수많은 비트 위 흐르는 라임은 신경안정제”(노래 ‘홈워크’). 지난 4월 종방한 Mnet ‘고등래퍼3’ 준결승까지 올라 주목 받은, 래퍼 영케이(본명 김민규) 얘기다.

영케이는 지난달 데뷔 앨범 ‘타임 랩스’를 냈다. 뽐내기 바쁜 경연 무대에 섰던 청소년 래퍼의 랩에서 들뜬 기색은 찾아볼 수 없다. 그는 여느 또래 래퍼와 달리 ‘스웨그(Swagㆍ힙합에서 으스대거나 잘난 척하는 문화)’를 쫓지 않는다.

영케이는 새 앨범에 실린 타이틀곡 ‘홈워크’에서 “난 음악을 팔고 싸게 값을 매긴 진심”이라고 랩을 한다. 온라인 음원 시장에서 헐값으로 팔리는 창작 현실의 반영이다. 최근 서울 중구 한국일보사를 찾은 영케이는 “ ‘청춘을 팔아 돈을 사고 그 돈으로 감정을 팔어’란 다른 가수의 랩에서 영감을 받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래퍼 저스디스와 팔로알토가 지난해 낸 노래 ‘쿨러 댄 더 쿨’이었다.

서울 쪽방 살이의 고단함이 커서일까. 21세기 소년은 또 다른 노래 ‘하이웨이’에서 “돈 벌어서 강변 살자”라고 노래한다. “서울에 올라와 2년이 어떻게 지났는지 모르겠어요. 너무 힘겹기도 했고요. 견딜 수 없었는데 시간이 흘러 자연스럽게 무뎌졌다고 보는 게 맞겠지만요”.

영케이의 힙합 음악은 감각적이다. 실로폰 소리로 시작되는 ‘드롭 탑’은 몽환적인 멜로디가 감미롭게 랩을 감싼다. 평소 발라드 음악을 즐겨 듣는다는 그는 “선율이 흐르는 랩”을 추구한다.

영케이가 처음부터 래퍼를 꿈꿨던 건 아니다. 그는 축구 선수였다. 열 세 살부터 운동을 시작해 2년 동안 그라운드를 누비다 쇄골을 심하게 다쳐 운동을 포기했다. 이 시기에 소년의 버팀목이 된 것이 음악이었다. 그가 휴대폰 메모장에 써 둔 가사는 500개가 넘는다고 한다. 영케이가 바라는 건 음악으로 표현한 자기 삶의 기록이 누군가의 가슴에 진하게 남았으면 하는 것이다.

“저 자신이든 세상이든 부딪혀 느끼고 알아가는 과정을 랩에 담으려고 해요, 제 얘기를 통해 누군가가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게 바람이고요. 그렇게 해서 돈을 많이 벌면, 여의도에서 살고 싶어요, 하하하.”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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