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계 추억 여행이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SBS는 최근 유튜브 플랫폼에 'SBS 케이팝 클래식(KPOP CLASSIC)' 채널을 개편하고 색다른 방식으로 네티즌을 사로잡고 있다. 'SBS KPOP 클래식'은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SBS 대표 음악 프로그램인 '인기가요'를 통해 방송된 추억의 무대 영상들을 게재하거나, 해당 시기의 '인기가요' 방송 풀 버전을 생중계하는 채널이다.
다시 말해 'SBS KPOP 클래식'은 20여년 전 당시를 기억하는 네티즌이 대놓고 '추억 여행'을 떠날 수 있도록 SBS 측이 만든 온라인 타임머신과도 같다. 향수와 신선함을 동시에 선사하는 'SBS KPOP 클래식'에 대한 입소문은 빠르게 공유됐고, 평일 낮에 재생되는 생중계 동시 시청자 수가 1만 명에 육박할 정도로 하나의 큰 흐름까지 만들었다.
이와 관련해 'SBS KPOP 클래식' 채널 운영자는 본지에 "2020년 SBS 창사 30주년을 맞아 디지털 기술과 유통 인프라를 활용해 시청자들에게 SBS 레전드 콘텐츠를 소개하고자 기획됐다. 밀레니엄 시대의 콘텐츠가 레트로 열풍에 부합했고, 이 시기의 음악, 의상, 인물 등 문화 전반을 느낄 수 있는 ‘인기가요’를 스트리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재는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의 방송이 전파를 타고 있지만, 앞으로 그 범위는 더 넓어질 전망이다. SBS 측 관계자는 "향후 점차 연도를 확대하고 유저들과 소통하면서 요청 가수나 신청곡, 특별무대 등을 개별 클립으로 업로드할 예정"이라며 "실시간 채팅에 재치있는 멘트들이 많아 더 매력적인 채널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SBS KPOP 클래식' 채널이 가진 또 다른 특별함은 옛날 노래에 있다. '인기가요'가 스페셜 무대를 제외하면 보통 해당 주의 신곡들로 구성된다는 점에서,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의 '인기가요'는 당시 최신 히트곡을 확인할 수 있는 장이다. 가수의 최근 활동 여부와 무관하게 'SBS KPOP 클래식'을 통해 옛 노래가 주목 받고 있다.
이는 올해 펼쳐지고 있는 1세대 아이돌 그룹들의 활동과도 일맥상통한다. 지난해 10월에 이어 올해 9월에도 완전체 콘서트를 앞두고 있는 H.O.T.는 신곡이 없다. 대신 지난해 공연 레퍼토리를 과거 히트곡으로 구성해 많은 팬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H.O.T.는 열렬한 티켓 파워에 화답하는 방식으로 신곡이 아니더라도 충분한 구성을 보여줬다.
최근 JTBC '캠핑클럽'을 통해 완전체의 매력과 케미스트리를 발산 중인 핑클은 지난 18일 베스트 앨범을 발매하며 데뷔 21주년을 기념했다. 핑클의 명곡 탐방이 공연으로도 펼쳐질 가능성이 있다. 지난 18일 방송된 '캠핑클럽'에서 멤버들은 재결합 공연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하면 하는 거다. 팬들을 위해서"라고 예고해 기대감을 고조시켰다.
가요계에서 꾸준히 뉴트로가 사랑받았던 건 옛날 음악에 대한 수요가 분명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뉴트로를 넘어 레트로가 음악 팬들에게 가까이 다가간 것이다. 한 가요 관계자는 이런 현상에 대해 "20여년 전 10대였던 리스너들은 지금도 충분히 K-POP을 즐기고 있는 세대다. 타깃층을 명확히 한 덕분에 더 큰 인기가 가능했다"고도 바라봤다.
H.O.T.와 핑클처럼 오랜 시간 개인 활동에 집중했던 팀들도 완전체 음악은 그 자체로 네티즌에게 20여년 전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꾸준히 신곡을 발매하는 신화, god, 젝스키스의 예가 아니라도 팬들과 함께 뜻 깊은 추억 여행을 할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다. 여기 'SBS KPOP 클래식'과 같은 매체 또한 옛날 음악의 힘을 재차 실감하게 해준다.
이호연 기자 ho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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