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경찰서 피해 학생 변호인 조력 절차 제대로 알리지 않고 녹취록 요구
초등학교 6학년생들이 담임 교사로부터 막말 피해 등을 입은 사건(7월9일자 16면)과 관련해 경찰이 해당 학부모에게 피해자 구제 절차를 제대로 알리지 않고 무시하는 발언까지 한데다 피해사실이 담긴 녹취파일 대신 녹취록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피해 학부모들은 “대구경찰청에 민원을 내겠다”고 밝혔다.
2일 피해 학부모들에 따르면 경찰관이 범죄 피해 진술을 하는 과정에서 아동들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는 절차를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 경찰은 지난달 19일 학부모들이 교사를 고소할 당시 “국선 변호인을 신청하면 보름이 지나야 배정되기 때문에 진술서 작성이 늦춰질 것”이라며 “변호인 없이 바로 진술을 할 지 2주 후 할 지 택하라”라고 알렸다. 다급한 학부모들은 변호인 없이 진술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학부모들이 3일 후인 지난달 22일 피해자 진술센터에 가보니 국선변호인이 와 있었다. 센터 측이 직접 신청한 변호인이었다. 다른 경찰서의 한 경찰관은 “변호인을 신청하면 통상 하루, 이틀 만에 온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경찰의 말에 넘어가 2주 뒤에 진술을 시작했다면 완강하게 의혹을 부인하고 있는 학교와 사건 덮기에 급급한 교육청 측에 시간을 벌어주는 꼴이 되었을 것”이라며 “경찰이 국선변호인 선임을 막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분을 삭이지 못했다.
학부모들은 경찰 내사 후 아동들의 상해진단서와 녹취파일을 제출했으나 면박을 당했다. 경찰은 “우리가 이 사건만 처리하는 것이 아니다. 녹취록을 만들어 가져오라”고 요구했다.
여기다 해당 경찰서 관계자는 학부모 측에 “동부교육지원청과 대구시교육청, 학부모들이 한자리에 모여 대화를 하라”고 권유했다. 이에대해 학부모 측은 “학교와 교육청이 주선할 대화자리를 왜 경찰이 나서는지 모르겠다”며 “우리는 제도적 차원의 해결방안을 요구하는 것이기 때문에 거절했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관할 경찰서 관계자는 “국선변호인 일정을 감안해서 2주 정도 늦어질 수도 있다고 안내한 것을 학부모들이 오해한 것 같다”며 “녹음파일에는 날짜 시간 장소 등이 나와있지 않아 안내하는 과정에 소통이 잘 되지 않은 것 같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국선변호인 일정을 확인해 가장 빠른 날로 안내할 수도 있었고, 녹취된 날짜와 장소 등도 금방 확인할 수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녹취록을 요구하면서 피해자의 권리 구제에 무신경하다는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한편 피해 학부모들은 지난달 23일부터 매일 대구시교육청 정문에서 해당 교사의 징계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또 아동학대 의혹을 받고 있는 해당 교사는 타 학교로 전근 후 휴직계를 낸 상태다.
김민규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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