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파기환송… 승계 돕기위해 분식회계 등 검찰 측의 주장에 힘 실릴 듯
대법원이 국정농단 상고심에서 삼성이 경영권 승계 작업의 대가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건넸다고 판단하면서 검찰의 삼성바이오로직스 수사가 탄력을 받을지 주목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9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원심을 파기하면서 삼성에 포괄적 현안으로 승계작업이 있었음을 인정했다. 대법원은 “최소 비용으로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들인 삼성전자, 삼성생명에 대한 이 부회장의 지배권 강화라는 뚜렷한 목적을 갖고 미래전략실을 중심으로 삼성그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승계작업을 진행했다”고 판단했다. 이를 대가로 한 박 전 대통령과의 묵시적 청탁도 인정, 삼성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제공한 16억여원을 뇌물로 인정했다.
검찰 수사는 표면적으로는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의혹을 겨냥하고 있지만 본질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이후 삼성바이오 회계 변경과 유가증권시장 상장으로 이어지는 이 부회장 경영권 승계 과정의 불법을 규명하는 일이다. 검찰은 삼성바이오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돕기 위해 콜옵션 공시를 고의로 누락하고 분식회계를 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으며, 당시 콜옵션 부채가 2012~2014년 회계에 반영되지 않으면서 이 부회장 지분이 높은 제일모직이 상대적으로 높게 평가된 상태에서 합병을 추진할 수 있었다고 보고 있다. 때문에 대법원의 판단은 삼성바이오 분식회계가 이 부회장의 경영승계를 위해 그룹 차원에서 작업이 이뤄진 것이라고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인 검찰에게 날개를 달아준 격이다.
현재 검찰 수사는 사실상 멈춰 선 상태다. 분식회계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는 증거인멸 혐의로 삼성전자 부사장 등 삼성 임직원 8명을 구속기소 했으나 '본안'에 해당하는 분식회계 혐의로는 아직 한 명도 기소하지 않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로 분식회계와 승계작업 간 연관성 입증 부담을 크게 덜고 수사에 매진할 수 있게 됐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승계작업을 전제로 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다수 기각했던 법원의 태도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증거인멸 등 혐의로 관련자들을 구속했던 검찰은 지난달 김태한 대표에게 처음으로 분식회계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기각 결정을 받으며 주춤한 바 있다. 당시 법원은 “주요 범죄 성립 여부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봤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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