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캐나다 국영방송 드라마에서 한국말이 툭 튀어나온다. 이민 1세대인 부모가 가질 법한 편견도 유쾌하게 그려진다. 독실한 크리스천인 어머니는 딸에게 교회를 다니는 한국인 남성과 결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심지어 아버지는 자녀의 애인을 시험하기 위해 광복절이 언젠지 물어보기도 한다. 한국계 이민 가정이 캐나다 토론토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며 겪는 일을 그린 캐나다 CBC 시트콤 ‘김씨네 편의점’이다.
북미에서 비주류였던 한국 이민 사회가 주목을 받고 있다. 2016년 첫 방송된 ‘김씨네 편의점’이 캐나다 최고 시청률을 거두며 시즌4까지 제작될 정도로 인기를 얻은 덕이다. 글로벌 동영상스트리밍서비스(OTT) 넷플릭스에서 방영을 시작하며 한국인 팬도 상당하다.
드라마 ‘김씨네 편의점’ 성공 배경에는 동명의 원작 연극이 있다. 한국계 캐나다인 최인섭 작가가 이민자로서 겪었던 일을 바탕으로 극본을 집필해 2011년에 선보인 작품이다. 이듬해 토론토연극비평가협회가 주최하는 ‘올해의 연극상’에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할 정도로 호평을 받았다. ‘김씨네 편의점’ 제작자인 이반 피싼 선더버드 회장은 29일 서울 상암동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연극이 진짜 현실을 담아냈기에 다른 이민자 가족도 크게 공감할 것이라 생각했다”며 “세대 간 갈등과 화해, 사랑을 담아낸 것이 전세계에서 사랑을 받은 이유”라고 밝혔다.
한국계 배우가 캐나다 드라마 주연을 맡은 것은 이례적이다. 아시아 배우는 그간 단역과 조연을 전전하기 일쑤였다. 이민 2세대인 진 윤(엄마)와 폴 선형 리(아빠)도 마찬가지였다. 그만큼 이들에게 ‘김씨네 편의점’ 출연은 흥행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윤은 “한국계인데도 일본인 혹은 중국인에 대한 멸칭이 섞인 놀림을 받으며 자랐고, 25년 전 리와 처음 연극 무대에 섰을 때 돈을 받지 못했다”며 “’김씨네 편의점’을 통해 처음으로 극 중 가족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들의 딸인 재닛 역을 맡은 안드레아 방은 “리와 윤의 노력으로 진입장벽이 허물어졌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김씨네 편의점’이 한국계 이민자에 대한 편견을 고착화한다고 비판한다. 특히 아빠와 엄마의 어설픈 영어 억양이 과장돼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출연진은 있는 그대로를 솔직하게 드러낸 것에 불과하다고 반박한다. 리는 “과거에는 아시아인 특유의 억양이 코미디 소재로 사용됐을 정도였기에, 처음에는 인종차별이 아니냐는 질타를 받았다”며 “이민 1세대가 실제 캐나다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보이려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실제 1세대인 제 아버지의 발음을 표현하는 데 노력했다”며 “절대로 웃음 소재가 아니다”라고 거듭 말했다.
‘김씨네 편의점’ 출연진이 한국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리는 36년 만에 한국 땅을 밟았다. 리는 “사실 삶의 많은 시간을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밀어내고 캐나다인으로 살아가려는 데 썼다”며 “막상 한국에 도착하니 조금 더 일찍 왔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후회가 들었다”고 말했다. “내년에는 가족 모두와 함께 한국에 오고 싶다”는 바람과 함께. ‘김씨네 편의점’ 시즌4는 넷플릭스에서 내년 4월 공개될 예정이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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