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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삼성 경영권 승계 청탁’ 인정한 박근혜 국정농단 대법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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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삼성 경영권 승계 청탁’ 인정한 박근혜 국정농단 대법 판결

입력
2019.08.30 04:4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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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 3마리도 뇌물” 李 형량 무거워질 듯 

 삼성, “위기 극복 성원 부탁” 사과문 발표 

 박근혜ㆍ최순실도 2심 재판 다시 해야 

29일 오후 대법원에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국정농단 상고심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이 판결문을 읽고 있다. 연합뉴스TV 캡처
29일 오후 대법원에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국정농단 상고심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이 판결문을 읽고 있다. 연합뉴스TV 캡처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29일 국정농단 사건 핵심 인물인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순실씨의 2심 재판을 전부 다시 하라고 판결했다. 박 전 대통령은 공직자의 뇌물 혐의는 다른 범죄 혐의와 분리해 선고해야 한다는 절차적 이유 때문이고, 최씨는 일부 혐의 판단을 다시 하라는 취지다. 하지만 이 부회장의 경우 최씨 측이 건넨 뇌물 액수가 늘어나야 한다는 판단이어서 2심에서 형량이 더 무거워질 가능성이 커졌다.

판결의 핵심 쟁점은 세 사람이 모두 얽혀 있는 삼성 뇌물 사건이었다. 각기 다른 재판부가 담당한 하급심들이 이 사건에 대해 다른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삼성이 최씨의 딸 정유라씨에게 제공한 말 세 마리(약 34억원)의 소유권을 놓고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1ㆍ2심은 뇌물로 판단한 반면, 이 부회장의 2심에선 뇌물로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의 결론은 뇌물이라는 것이다. “삼성이 최씨로부터 말 소유권을 원한다는 의사를 전달받고 이를 수용한 것은 실질적인 사용ㆍ처분 권한 이전”이라는 게 대법원 판단이다. 2심에서 36억원만 인정됐던 뇌물과 횡령 액수가 모두 86억원으로 늘어나면서 집행유예가 내려졌던 이 부회장에게 징역형의 실형 선고가 예상된다는 전망이 나온다.

대법원이 삼성에 ‘경영권 승계작업’이라는 현안이 있었고, 이와 관련한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것도 이 부회장에게 불리한 대목이다. 대법원은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에 대한 이재용의 지배권을 강화할 목적으로 그룹 차원에서 조직적 승계 작업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승계 작업이라는 현안과 이에 대한 대가관계가 인정되는 만큼 2심 재판부가 “부정 청탁의 대상이 명확히 정의돼야 하고, 청탁도 명확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삼성의 동계스포츠 영재센터 후원금 16억원은 경영권 승계에 대한 청탁의 대가라는 게 대법원 판단이어서 이 부회장에게 제3자 뇌물공여죄가 추가로 인정되고 횡령 금액도 그만큼 늘어나게 됐다.

삼성은 대법원 판결이 나오자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송구스럽다”며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기업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대법원 판결은 정치 권력과 경제 권력의 부도덕한 유착의 실상을 드러내고 이를 단죄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불확실성이 커지는 경제 상황 속에서 대기업들은 정경유착이라는 구시대적 행태와 단호히 결별해야 한다.

박 전 대통령의 경우 절차상 문제로 2심 재판을 다시 받게 됐지만 뇌물 혐의에 대한 분리 선고가 이뤄지면 형량이 더 무거워질 가능성이 높다. 앞서 2심에선 징역 25년에 벌금 200억원이 선고된 상태다. 박 전 대통령 탄핵을 부른 국정농단 사건은 3년 만에 마무리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민주주의의 본질을 훼손한 국정농단 같은 불행한 사태가 재연되지 않도록 추상 같은 정의를 세워야 한다는 게 우리 사회가 얻은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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