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보기술(IT) 공룡 구글과 페이스북의 투자금 수십억 달러가 날아갈 위기에 처했다. 미국 정부가 국가 안보를 이유로 미국과 홍콩을 잇는 해저 케이블 사업을 가로막을 조짐이 보이기 때문이다. 올해 말부터 서비스 준비가 완료될 전망이었지만 프로젝트가 계속 반대에 부딪힐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홍콩 사이 태평양을 가로질러 총연장 1만2,900㎞에 달하는 해저 케이블을 연결하는 이번 사업의 정식 명칭은 ‘퍼시픽 라이트 프로젝트’다. 2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법무부는 해저 케이블 부설 사업에 대해 확고한 반대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법무부는 특히 중국 통신 장비 업체인 ‘펑 텔레콤 앤드 미디어그룹’이 이 사업에 투자하고 있으며, 미국 본토와 홍콩을 직접 연결한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명했다고 WSJ는 전했다.
지금까지 임시 허가를 받아 진행되어 온 퍼시픽 라이트 프로젝트에는 약 30억달러(약 3조6,5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과 페이스북은 미국과 아시아 사이 급증하는 통신량을 처리하기 위해 지난 10여년 간 유사한 사업에 투자해 왔다. 이번 케이블 부설 사업 역시 지역 인터넷 핵심 역할을 하는 홍콩에서 중국 본토,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을 연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하지만 임시 허가는 9월 말이면 종료된다. 법무부가 입장을 굽히지 않을 경우 막대한 기존 투자금은 결국 매몰될 수밖에는 없다.
허가 갱신 불발이 현실화된다면 국가 안보를 이유로 해저 케이블 사업이 좌초되는 첫 번째 사례가 될 것이라고 WSJ는 전했다. 일부에선 장기화되는 미중 무역 전쟁 속에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에 영향력을 확대하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의도가 깔려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무역 전쟁이 계속되면서 양측은 수백억 달러에 달하는 물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한편, 워싱턴은 동남아시아, 태평양, 아프리카 및 기타 지역에서 군사적, 경제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베이징의 야심을 꺾겠다는 소리다.
구글 측은 “다양한 해저 케이블에 대한 허가를 얻기 위해 수년간 확립된 채널을 통해 작업해 왔다”며 “정부 기관과 적극적이고 생산적인 대화를 하고 있다”고 허가에 대해 기대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페이스북과 법무부, 국토안보부 측은 언급을 거부했다고 WSJ는 보도했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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