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그리고 사람이야기] 연예계 대표 반려인 김재경
“가족이에요, 가족. 기쁠 때나 슬플 때, 맛있는 걸 먹을 때도 부모님을 떠올리듯 ‘마카롱’을 떠올리니까요. (답변이) 너무 뻔하죠. 그래도… 가족이에요. 식상한 표현이지만 어떡해요. 하하하.”
반려견이 본인에게 어떤 의미인지 한마디 해달랬더니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틀에 박힌 답변 밖에 할 게 없다는 듯 눈을 부릅뜨고 손짓발짓 해가며 난리다.
거창한 보호활동은 아니어도 본업에 충실한 일상 속에 동물을 사랑하는 모습이 대중들에게 각인되며, 모범적인 반려인의 행동을 보여주는 대표 연예인으로 떠오른 김재경(31)씨.
2009년부터 7인조 걸그룹 ‘레인보우’의 리더로 활약하다 그룹이 해체한 2016년 연기자로 전업한 김씨는 ‘마카롱’이 태어난 2014년 여름부터 함께한 6년차 반려인이다. 그 사이 반려견을 위한 자연식 레시피를 담은 ‘개밥책’을 내고, 동물학대 방지활동에 필요한 여러 펀딩과 기부를 이어가고 있다. 제20대 국회의 동물복지국회포럼 홍보대사도 맡았고, 최근에는 한국마사회의 재활힐링승마 홍보대사로도 활동 중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
“포샤한테는 항상 미안한 마음이에요. 하지만 그 미안한 마음이 지금의 제 활동들을 있게 한 원동력이기도 해요.”
초등학생에서 중학생으로 넘어가던 시절 키운 슈나우저 품종 반려견 포샤는 그에게 아픈 추억으로 남아 있다. 국민소득 향상과 ‘TV동물농장’ 등 관련 TV프로그램들의 인기로, 1990년대 말~2000년대 초 이른바 ‘퍼피 붐’(Puppy Boom)이 일면서 국내 반려인구가 크게 증가하던 시절에 그도 포샤를 맞았다. 어릴 적부터 시골 할아버지댁 마당에서 개들이 뛰어 노는 걸 보고, 견종 백과를 읽으며 수의사 꿈을 키워 갔다고 한다.
슬픈 결말을 예상했기 때문일까. 부모는 반려견을 키우고 싶다는 어린 딸의 청을 끝까지 허락하지 않았다. 하지만 부모의 그런 마음을 알 리 없는 김씨는 결국 할머니를 졸라 뜻을 이뤘다. 부모의 걱정은 현실이 됐다. 그도 또래들이 그렇듯 포샤와 즐겁게 노는 것만 좋아했지, 배설물을 치우거나 목욕을 시키는 건 부모님께 맡겨버린 철부지였다. 결국 포샤는 경기 이천시 할아버지댁으로 떠났다. “책임을 다하지 못했잖아요. 전 정말 나쁜 반려인이었어요.”
언젠가는 다시 제대로 반려생활을 하겠다는 마음 속 다짐만 품은 채 일상을 보내던 그가 다짐을 행동으로 옮긴 건 ‘레인보우’ 활동에 조금씩 지쳐갈 때였다. 남들 보기엔 화려해 보이는 연예계에서 시작한 사회생활이었지만 쉽지 않았다. 걸그룹 중 유독 가요 순위 프로그램 1위와 인연이 없는 것도 그랬다. “사회에 나와보니 노력과 성과가 꼭 비례하지는 않더라고요. 그 괴리감을 크게 느끼다 보니 심적으로도 많이 힘들었어요. 그때부터 새로운 반려인생을 꿈꾼 거 같아요.”
하지만 이번에도 내 필요에 의해서만 반려견을 맞이하면 또 슬픈 결말을 맞이할까 덜컥 겁이 났다. 그래서 반려견과 함께 살면 어떤 책임이 따르는지, 본인의 수입과 생활패턴으로 강아지를 키울 수 있는지와 같은 현실적인 고민을 했다. 그렇게 2년간 저축하고, 충분한 개인 시간이 생기길 기다리다 개인활동을 시작한 2014년 늦여름 드디어 ‘마카롱’을 맞았다. “전에는 길거리 지나다 예쁜 옷이나 액세서리가 있으면 무조건 사고 봤는데, 마카롱과 함께 한 후부터 확 줄었어요. 키우는 비용이 엄청 들더라고요. 감히 엄마의 마음을 조금 알게 된 것 같다고나 할까요.”
지난 2017년 5월 출간한 ‘개밥책’에는 이런 마음이 고스란히 담겼다. 자연식을 하는 반려견들이 털에 윤기가 나고 건강해 보여 ‘마카롱’에게도 해주고 싶은 마음에 여러 레시피를 배우다 보니 널리 알릴 기회까지 생겼다. “집밥 해 먹이는 기분이에요. 매일 자연식으로 끼니를 챙겨주고 뒷바라지하니 몸은 힘들지만 훨씬 만족감이 커졌어요.”
◇동물과의 더 성숙한 공존을 위해
점차 연예계 동물애호가로 소문나면서 그는 지난 2016년 6월 당시 갓 출범한 20대 국회의 ‘동물복지국회포럼’홍보대사로 위촉됐다. 19대 국회에서 처음 발족한 동물복지국회포럼은 지난 5월 동물복지 축산물이 더 빨리 국내 시장에 안착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관련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도 지난해 여름 정부가 나서 개 도살을 금지하라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에 20만명 서명 달성을 독려하는 글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하지만 큰 호응만큼이나 본인 의견을 대중에게 강요한다는 비난 역시 감수해야 했다. 이후 그는 개인 의견을 본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게시하더라도, 공인인 만큼 더 많은 대중들이 불쾌감을 느끼지 않게 전달하는 방식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무언가를 주장하려면 그에 앞서 관련 내용을 더 자세히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전달 방식도 일방적이기보다는 소통하는 식으로 바꾸고요.”
이후 그가 택한 방식은 기부와 펀딩이다. 그는 음식물쓰레기를 동물사료로 쓸 수 없도록 하는 ‘폐기물관리법 개정안’ 통과를 위해 쓰이는 비용을 마련하기 위한 펀딩을 지난해 11월 진행했다. 음식물쓰레기 수거업자 상당수가 불법 개농장주이고, 그 쓰레기가 개농장 사료로 재사용돼 개식용 인구의 건강마저 위협하는 현실을 대중들에게 좀 더 알리기 위해서였다. 본인의 디자인 전공 실력을 살려 팔찌와 휴대폰케이스 등의 디자인을 직접 기획해 상품을 판매하고, 수익금은 전액 동물단체에 기부했다. “국내 전체 음식물쓰레기 절반 가량이 식용견 먹이로 쓰이고 있는 현실에서, 2017년 9월 발의된 이 개정안이 통과하면 당장 남는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할 방법이 없다는 이유로 통과 논의가 지지부진 하다는 말에 펀딩을 하게 됐어요.”
자신의 반려견을 사랑하다 보니 자연스레 동물과 사람의 공존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그는 최근 ‘재활승마’에도 눈을 돌렸다. 지난해 반려견 보호자모임 친구를 따라 우연히 간 승마장에서 재활승마가 인간의 신체ㆍ정신적 장애를 극복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자원봉사에 나섰다. 그는 재활을 위해 말을 탄 사람이 안전한 자세를 유지하도록 돕는‘사이드 워커’ 역할을 한다.
“정신지체 아동과 화재진압 도중 동료의 사망사고를 목격하고 자살충동까지 느낀 소방관들이 말을 타고 가며 서로에게 심장박동과 몸을 맞추다 정신적인 교감까지 나누는 걸 봤어요.” 활동이 알려지며 지난 6월 한국마사회 재활힐링승마 홍보대사로 위촉된 그는 내년 5월에 있을 재활승마지도사 자격증 필기시험에 도전하기 위해 공부를 시작했다.
김씨는 앞으로 마카롱과 찍은 사진들을 모은 포토에세이를 펴내 그 수익금을 동물단체 기부할 계획이다. 큰 금액은 아니지만 이미 출간한 ‘개밥책’의 인세도 매년 동물단체에 기부하고 있다. 유기견 문제나 개물림 사고 같이 동물과 인간의 공존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잡음을 줄이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다. 그러면서 반려견을 사람과 같은 하나의 생명으로 대하는 문화가 자리잡는다면 많은 것이 해결될 거라고 했다. “아이 낳는 걸 섣불리 결정하지 않듯 반려견 입양도 고민하면 유기견이 언젠간 사라질 거에요. 또 반려견 돌보는 걸 자식처럼 신경 쓰고, 비반려인들도 평소 개의 특성을 조금만 고려해주면 사고도 줄어들 거라 확신합니다.”
이태무 동그람이 팀장 santafe2904@naver.com
◆’김재경과 마카롱의 반려생활’ 인터뷰 동영상 보기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