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판’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역대 최악의 싱거운 레이스로 가을야구 희비는 일찌감치 엇갈린 가운데 감독들의 거취도 명암이 교차할 것으로 보인다.
올 시즌을 끝으로 계약 기간이 만료되는 감독은 대행을 포함해 10개 팀 중 절반인 5명이나 된다. 김태형 두산 감독과 장정석 키움 감독, 김한수 삼성 감독, 박흥식 KIA 감독대행, 공필성 롯데 감독대행이 구단의 처분을 기다리고 있다. 김기태 전 KIA 감독과 양상문 전 롯데 감독은 이미 시즌 도중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감독의 재계약과 포기를 결정하는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객관적인 판단 기준은 성적이다. 김태형 감독과 장정석 감독은 지휘봉을 계속 잡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 2015년 두산 지휘봉을 잡은 김태형 감독은 계약 첫해 두산을 14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뒤 3년 재계약에 성공했다. 지난해엔 정규시즌 우승을 하고 한국시리즈 패권은 SK에 넘겨줬지만 최강팀의 지위를 이어가고 있다. 올 시즌엔 예년만 못하다는 평이 많았지만 시즌 종착역을 향해 가는 시점에서 다시 상승세를 타며 끝난 것 같았던 선두 경쟁의 불씨를 살렸다.
두산과 함께 우승후보로 꼽혔던 키움 또한 예상대로 막강 전력을 앞세워 순항 중이다.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도 극적인 승부를 연출했다. 3년 계약의 마지막 해인 장정석 감독도 한번 더 지휘봉을 잡을 근거는 마련한 셈이다.
반면 포스트시즌 진출이 물 건너간 감독들은 마음을 비울 수밖에 없다. 8위에 처져 있는 김한수 감독은 3년 연속 가을야구의 들러리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왕조‘ 시절의 삼성에 비해 여러모로 지원이 부족했던 건 사실이나 감독은 결과로만 말해야 하는 서러운 직업이다. 그런 점에서 한용덕 한화 감독도 퇴진 압박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지난해 11년 만의 포스트시즌을 이끌었지만 올 시즌 고참 선수들과의 불화설 등 리더십에 치명적인 문제를 노출했다.
감독대행들도 ‘꼬리표’를 떼기 쉽지 않다는 여론이다. 5월에 임시 지휘봉을 잡은 박흥식 감독대행은 너무 일찍 ‘수건’을 던졌다는 지적이다. 롯데는 새 단장 선임과 함께 감독 인선에 돌입할 전망이다. 지난해까지 KBO리그 역대 25명의 감독대행이 거쳐 갔는데 정식 감독으로 승격된 사례는 14번, 2011년 이만수 당시 SK 감독이 마지막이다.
성환희 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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