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계 한국중등축구연맹전에서 55년 만에 첫 전국대회 3연패 쾌거
“축구 인생 통틀어 가장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경북 안동중이 전국대회에서 우승행보를 이어가며 축구명문으로 거듭나고 있다. 안동중 축구부는 지난달 27일 막을 내린 제55회 추계한국중등(U-15)축구연맹전에서 대회 역사상 처음으로 2학년과 3학년 선수들이 동시에 우승했다. 특히 이 학교 2학년 선수들은 2017년부터 올해까지 대회 3연패를 달성, 55년 대회 역사상 첫 기록을 수립했다.
U-15연맹전은 매년 2월과 8월에 춘ㆍ추계 경기가 펼쳐진다. 전국의 모든 중등 축구선수들이 참가해 같은 학년별로 6개 그룹씩 묶어 경기를 치르는 데 참가 학교만 200곳이 넘는 최대 국내 최대 규모 대회다.
지승현(46ㆍ사진) 안동중 축구부 감독은 “신체 기량보다 정신력이 경기를 지배한다”며 “휘슬이 울리기 전까지 최선을 다하는 프로정신을 발휘한 결과 신체적 열세를 극복할 수 있었다”라고 평가했다. 3학년 선수 14명 등 총 46명으로 구성된 안동중 축구부 선수들의 평균 신장은 170cm가 되지 않는다.
지 감독은 2009년 2월 안동중에 부임한 뒤 정신력 강화를 첫 번째 목표로 삼았다. 46명 가운데 4명만 안동 출신이고 나머지 선수들은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에서 모였다. 학생들은 모두 교내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등ㆍ하교 때는 항상 교복차림이다. 지 감독은 “생활 패턴과 습관도 중요하다”며 “선수들에게 자발적인 정리 정돈을 주문, 공동체 생활에서 이타심을 깨우치게 하고 충분한 외출 등으로 또래와 어울릴 시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식적인 연습시간은 야간연습을 포함해 하루 3시간. 코치 4명이 학년과 포지션을 분담해 드리블과 트래핑 등 개인기능과 포지션별 전략ㆍ전술 등 다각적인 시뮬레이션을 2시간 지도한다. 남는 시간은 포지션과 관계 없이 모두 슈팅연습에 전력투구다. 저녁식사 뒤 1시간 동안 진행하는 야간 연습은 선수들이 스스로 부족한 부분을 보강하고 있다.
선수들의 동작 하나하나는 지 감독의 영상에 고스란히 담긴다. 공을 빼앗기고 난 후에도 멍하니 있는 선수들은 악습관을 고쳐야 한다. “승리를 향한 선수들의 의지를 자극해 자신감 있는 경기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부임 11년차인 지 감독의 성과도 눈에 띄고 있다. 국가대표 출신 박지수(25ㆍ중국 광저우헝다타오바오)와 여봉훈(25ㆍ광주FC), 서재민(21ㆍ인천유나이티드FC) 선수 등 제자들이 프로 무대에서 뛰고 있다. 지 감독은 “전국 중등 축구부는 220곳 정도지만 대부분 수도권에서 좋은 선수를 배출하기 때문에 안동중의 성과는 파급력도 남다르다”라고 자신했다.
승리의 기쁨에 마냥 취해있을 수도 없다. 앞날에 대한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선수 발굴과 육성 등 감독의 역할과 범위는 끝이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안동에서는 지난해 안동초 축구부가 해체하며 초등학교 축구부가 사라졌다. 지 감독은 “안동의 유소년 축구는 기형이 되고 있다”며 “지역인재 유출을 막기 위해서라도 제도적 기반을 다져줄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지 감독은 “내년 추계연맹 경기에서 또 우승하는 것이 목표”라며 “프로정신을 갖춘 대한민국 대표 선수를 배출할 수 있도록 구슬땀을 흘리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류수현기자 suhyeonry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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