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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분권ㆍ직접민주주의 통해 권력 간 경쟁 유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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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분권ㆍ직접민주주의 통해 권력 간 경쟁 유도해야”

입력
2019.08.30 04:4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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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한국일보]안성호(오른쪽) 한국행정연구원장이 27일 연구원회의실에서 스위스 프리부르그대 아이헨베르거 교수와 '스위스 번영의 비결'을 주제로 대담을 하고 있다. 허택회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안성호(오른쪽) 한국행정연구원장이 27일 연구원회의실에서 스위스 프리부르그대 아이헨베르거 교수와 '스위스 번영의 비결'을 주제로 대담을 하고 있다. 허택회 기자

안성호 행정연구원장-스위스 아이헨베르거 교수 대담

지방분권ㆍ직접민주주의 확대통해

정치구성원간 적절 경쟁 유도해야

인구 860만의 스위스는 국가경쟁력이 세계 최상위권으로 꼽힌다. 보통 민족 구성이 복잡하면 내부적 갈등이 심한 편인데 스위스는 예외이다. 국가 구성원이 다양한 스위스가 선진민주주의를 실천하며 경제강국으로 부상한 비결로 학자들은 지방분권과 직접민주주의 정치를 꼽고 있다. 지방자치를 실시한 지 30년이 되어가지만 여전히 이념적, 정치적 갈등이 분출하고 있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이 많다. 지방분권과 스위스 직접민주주의를 오랫동안 연구해온 안성호 한국행정연구원장이 30일 행정연구원에서 열리는 국제세미나에 발표자로 참여하는 스위스 라이너 아이헨베르거(58) 프리부르그대 교수와 ‘스위스 번영의 비결’을 주제로 대담을 나눴다. 대담은 27일 한국행정연구원 회의실에서 안성호 원장이 질문하고 아이헨베르거 교수가 답하는 식으로 이루어졌다.

안성호 행정연구원장(이하 안)=교수님은 한 국가의 성공과 관련하여 규모가 작은 것이 장점이라며 스위스와 스칸디나비아, 도시국가들을 들었다. 작은 규모가 성공과 관련이 깊다고 하는데 한국은 스위스보다 큰 국가로, 인위적으로 국가를 쪼갤 수 없는데 어떤 대안이 있는가.

라이너 아이헨베르거교수(이하 아이헨베르거)=우리가 국가의 성공을 애기할 때 중요한 것은 국가의 힘 보다 국민의 행복이며, 보통 1인당 국민총생산(GDP))로 평가한다. 작은 나라들이 GDP가 높은 것은 세금탄력성이 크기 때문이다. 국민의 욕구에 맞춰 세금을 걷고 쓰는데 유연하기 때문에 발전여지가 크다. 한국처럼 큰 국가는 적절한 경쟁이 답이 될 수 있다.

안=적절한 경쟁은 무엇을 말하나.

아이헨베르거=국가의 경쟁은 외부와 내부 경쟁으로 나눌 수 있다. 외부경쟁은 국가간 경쟁이다. 다른 나라와 교류하며 자극을 받고 그 과정에서 창의성이 발휘된다. 한국처럼 무역의존도가 높은 나라는 외부 압력에 의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안=국가의 내부적 경쟁에 대해 설명해 달라.

아이헨베르거=내부 경쟁은 4가지를 들 수 있다. 선거를 통한 정당간, 정치인간 경쟁인 대의민주제이다. 그러나 선거가 끝나면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이 권력독점을 하는 경우가 많아 경쟁이 제한적이다. 둘째는 직접민주주의에 의한 경쟁인데, 국민들이 직접 법안을 제안하는 국민발안제가 있다. 이는 정치권에서 논의를 꺼리는 안건들을 시민들이 직접 제안함으로써 정치인과 주민간 경쟁을 하는 것이다. 셋째는 지방분권을 통한 지방자치단체간 경쟁이다. 마지막으로 스위스만의 특징인데 선거로 선출된 기관들 사이 경쟁이다. 집행부와 의회간 경쟁과 함께 지방의회와 별도로 회계 감사 등을 하는 감사위원회를 선거로 구성해 의회와 집행부를 견제, 감시하도록 하고 있다.

안=선거로 선출된 기관들 사이 경쟁이 흥미롭다. 한국은 단체장과 의회만 선거로 구성되어 정당간 경쟁만 있어 극한적인 대립이 일상적이다. 스위스는 정치적 안정을 이루고 효율성도 높은데 그 비결이 무엇인가.

아이헨베르거=스위스 정치안정과 효율성을 높여주는 제도로 비례대표제와 다수결제도의 적절한 결합을 들 수 있다. 비례대표제는 정당간 경쟁을 촉진하고 다양한 의견이 반영되도록 해 주민들의 정치참여도를 높여준다. 집행부 선출(스위스는 단체장을 복수로 선출)에 적용되는 다수결제는 특정 정당이 자리를 독식하는 것을 막고, 주민 대다수 지지를 받는 지방정부를 구성하게 한다. 보통 2~3개 정당이 참여하기 때문에 정치적인 의제들이 극단보다 중간수준을 지향함으로써 대립을 완화시킨다.

안=적절한 제도가 스위스 번영을 가져왔다는 설명을 들으며 우리도 지방분권과 직접민주주의 확대, 비례대표제 도입 등의 필요성을 느낀다. 하지만 제도도입 결정권을 가진 정치권이 반대하고 있다. 스위스의 번영에서 우리가 많은 것을 참조했으면 좋겠다.

아이헨베르거=제도 도입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좋은 제도를 한꺼번에 도입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낮은 수준에서부터 혁신제도를 도입해 주민들이 유용성을 깨닫고 확산시켜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한국인들은 높은 교육수준을 갖고 있기 때문에 세계 어느 나라보다 직접민주주의 제도를 도입할 가능성이 큰 나라라는 점을 말하고 싶다.

정리=허택회 기자 thheo@hankookilbo.com

아이헨베르거 교수는 1991년 스위스 취리히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고 1998년부터 프리부르그 대학 교수로 있다. 정치ㆍ경제제도, 직접민주주의에 대한 전문가로 경제사회화학종합지 ‘키클로스’ 편집장이며 프리부르그대 상원 부의장으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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