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회>오환경 대표 “물리치료사 10년 경력 살려 개발…세계 최고의 통증 관리 기업될 것”
“통증을 어떻게 해결할지 몰라서 방치하다가 심각해져 병원을 찾는 사람들을 많이 봤다. 초기에 관리했으면 병원에 가지 않아도 됐을 것이라는 안타까움에 통증 관리 전문 스타트업 기업을 창업하고 통증을 해결하는 도구를 개발했다.”
병원과 신라호텔에서 물리치료사로 10년간 근무했던 오환경(39) 대표가 지난해 창업한 스트릭은 국내에서 보기 드문 통증 관리 전문 스타트업이다. 통증 관리란 운동을 하거나 일상 생활에서 발생하는 각종 통증을 개인이 해결하도록 돕는 것을 말한다. 병원에 가면 물리치료사가 해주지만 그 전에 도구만 있으면 개인도 통증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오 대표의 지론이다.
◇2000년전 로마시대 도구에 혁신을 섞다
이를 위한 도구인 ‘스트릭’은 오 대표가 물리치료사 경험을 살려 직접 개발했다. 언뜻보면 도끼날처럼 생긴 도구를 손에 쥐고 통증 부위에 150초 정도 문질러 주는 도구다. 문지르는 부분에 금속 테를 둘러 여기에 흐르는 1㎃의 미세한 저주파 전류가 혈관을 자극하며 혈액 순환을 돕는다. 또 진동 모터도 내장했다. 그는 “디자인 전문회사와 협력해 직접 제품을 디자인했고 중국에서 주문자생산방식(OEM)으로 제품을 만든다”고 말했다.
이 도구의 핵심은 통증의 원인인 트리거 포인트를 제거하는 것이다. 트리거 포인트란 통증 부위를 만져보면 확인할 수 있는 딱딱하게 뭉친 근육을 말한다. 오 대표는 “트리거 포인트가 생기면 신경과 혈관을 눌러 혈액 순환이 안되면서 통증이 찾아온다”며 “그냥 두면 다른 분위로 통증이 퍼진다”고 설명했다.
스트릭에서 발생하는 전류와 진동은 통증 부위에 미세한 자극을 줘서 뭉친 근육이 갈라지도록 만든다. 오 대표는 “이때 섬유아세포가 콜라겐을 만들어 다시 근육 재생을 돕는다”며 “너무 오래 자극을 주면 오히려 근육이 손상되기 때문에 2분30초 지나면 자동으로 꺼지도록 만들었다”고 밝혔다.
물리치료사들은 굴곡 있는 도구로 트리거 포인트를 열심히 문지르는 연부조직가동술(IASTM)로 통증을 해결한다. 손으로 해당 부위를 문질러 풀어줄 수도 있지만 물리치료사가 아닌 일반인들이 도구 없이 하기란 힘들다. 오 대표는 “물리치료사가 통증을 풀어주기 위해 사용하는 전용 도구에 전류가 흐르도록 효과적으로 개선한 것이 스트릭”이라며 “일반인들도 도구를 사용하면 맨 손으로 하는 것보다 쉽게 통증을 누그러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스트릭의 아이디어는 고대 로마인들이 사용하던 도구에서 따왔다. 오 대표는 “2,000년전 로마시대 군인이나 검투사들은 목욕 후 통증 부위를 마사지해서 풀어줬는데 그때 사용한 도구가 스트리글(strigile)”이라며 “인류가 오래 전 사용한 효과 좋은 도구에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가미했다”고 강조했다.
◇NFL 선수들이 주문, 크라우드 펀딩으로 판매
오 대표는 지난해 10월에 시제품을 개발한 뒤 오랜 기간 수 많은 사람들에게 시험해 보며 효과를 검증했다. 대상은 그가 물리치료사 시절에 알게 된 국가대표 쇼트트랙 선수들과 해외 프로선수들이었다. 특히 미국의 프로선수들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그는 “올해 4월 미국에 한 달 정도 머물며 여러 도시에서 시연을 했다”며 “그때 프로권투선수는 물론이고 프로미식축구(NFL)팀인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즈 선수들이 너무 좋다며 주문을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제품 판매는 인터넷으로 사전 주문을 받아 수량만큼 제작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스트릭은 개당 19만9,000원인 이 제품의 판매를 위해 4월에 킥스타터에서 인터넷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했다. 당시 미국 유럽 동남아 등 전세계에서 약 4,000개의 사전 주문을 받아 약 39만달러를 모금했다. 제품 배송은 10월에 할 예정이다.
영문 홈페이지에서 11월부터 온라인 판매도 시작한다. 미국의 인터넷 쇼핑몰 아마존과도 제품 판매 논의를 하고 있다. 이후 국내 홈페이지와 각종 쇼핑몰, 면세점 판매까지 진행할 계획이다. 오 대표는 “국내와 일본에서 크라우드 펀딩을 한 번 더 진행할 예정”이라며 “내년에 1만3,000개를 판매해 25억원의 매출을 올리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를 위해 해외 홍보도 적극 나설 예정이다.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전자박람회인 IFA 한국관에 출품할 예정이며 내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전자전시회 CES에도 한국관을 통해 제품을 선보일 방침이다.
스트릭이 겨냥하는 것은 운동선수보다 일반인들이다. 장시간 컴퓨터를 사용하거나 자세가 좋지 않아 발생하는 각종 생활 통증, 생활체육 후 발생하는 근육통들을 해결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국내에서 통증 관리는 아직 생소한 틈새 시장이지만 해외에서는 이미 시장을 이루고 있다. 미국의 테라건, 하이퍼아이스 등이 만드는 진동건 형태의 통증 완화 도구는 제품 가격이 80만원에 이르는데도 사전 예약을 하지 않으면 살 수 없을 정도로 인기다. 국내에서도 인터넷으로 해당 제품을 구매하는 이용자들이 많다. 오 대표는 이런 현상을 보면서 통증 관리 시장의 가능성을 봤다. 그는 “처음부터 세계 시장을 겨냥했다”며 “테라건과 하이퍼아이스의 고객을 끌어올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스트릭은 벌써 두 번째 제품 개발에 착수했다. 오 대표는 “두 번째 제품은 모양과 기능이 개선된다”며 “특히 트리거 포인트의 상태를 측정하는 감지기(센서)를 개발해 장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센서로 트리거 포인트를 측정해 정확한 통증 관리가 가능하다. 또 스마트폰용 소프트웨어(앱)에서 센서가 측정한 트리거 포인트의 근육 긴장도를 보여줄 계획이다.
두 번째 제품은 통증의 사전 예방에 초점을 맞췄다. 오 대표는 “통증에도 주기가 있다”며 “앱과 센서로 근육 긴장도를 알면 통증의 주기를 파악해 통증이 발생하기 전에 미리 치료할 수 있다”며 “내년 말쯤 제품을 내놓을 것”이라고 전했다.
◇”세계 1위의 통증 관리 기업 될 것”
어렸을 때부터 남을 돕는 일을 좋아한 오 대표는 선교사나 의사가 되는 게 꿈이었다. 그러나 의사가 되는 길이 여의치 않아 대학의 물리치료학과에 진학해 물리치료사 면허를 땄다.
물리치료사 경험은 오 대표에게 창업의 계기가 됐다. 그는 “2,000년 전부터 하던 문지르는 행위가 지금은 의료행위가 돼서 아무나 못하게 됐다”며 “통증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는 환자들을 보면 안타까워 창업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결국 환자들이 창업을 하게 만든 셈이다.
물리치료사로 일하던 2013년에 자세교정 쿠션과 방석, 베개 등을 만드는 첫 번째 스타트업 발란스코드를 창업했다. 역시 물리치료사로 일하면서 만난 환자들을 보고 회사를 세웠다. 그는 “발란스코드는 지금도 잘 된다”며 “스트릭에 전념하기 위해 지금은 발란스코드 일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스트릭의 목표는 전세계 1위의 통증 관리 회사다. 오 대표는 “휴대용 통증 관리도구라면 누구나 스트릭을 떠올리게 하고 싶다”며 “운동별, 상황별, 부위별로 적합한 도구와 콘텐츠를 계속 개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연진 IT전문기자 겸 스타트업랩장 wolfpa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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