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러시아월드컵이 열린 구장에 깔리며 ‘미래형 잔디’로 주목 받던 하이브리드 잔디 도입을 비중 있게 검토하던 국내 프로축구단이 최종적으로 천연잔디 구장을 선택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도입 성공 사례가 알려지지 않은 가운데, 축구장 잔디 관리에 관해선 최고 기술력을 갖춘 파주축구국가대표팀 트레이닝센터(파주NFC)에 추진됐던 하이브리드 잔디구장 조성사업조차 차질을 빚자 해당 사업이 시기상조란 결론을 내린 탓이다.
올해 프로축구 K리그 돌풍의 핵으로 떠오른 대구FC는 내년 초 완공될 클럽하우스 내 연습구장에 하이브리드 잔디 도입을 검토했다. 하지만 성공 가능성이 매우 낮단 판단을 내리고 철회한 것으로 29일 확인됐다. 대구는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구단 연습구장에 하이브리드 잔디를 설치한 뒤, 성공적으로 정착하면 홈 구장인 DGB대구은행파크에도 설치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가뜩이나 ‘대프리카’로 불릴 정도로 무더운 기후에 점차 습도도 높아지는 기후변화가 경기장 잔디 생육에 갈수록 불리해지고 있단 판단에서다.
그런데 올해 이 구상은 바뀌었다. 대구 고위 관계자는 “파주NFC 내 설치되고 있는 방식의 하이브리드 잔디(팔라우 터프) 도입을 검토했으나 파주NFC에서도 공사가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일단 천연잔디를 설치하기로 했다”고 했다. 10억 원이 넘는 비용을 혈세로 충당해야 하는데, 실패할 경우 비용 부담은 물론 선수단 훈련에도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높단 점에서 큰 부담이 따랐다는 게 관계자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위험요인을 제거한 뒤 도입해야 한다는 판단”이라고 했다.
이 같은 대구 설명은 협회 시각과 상반된다. 협회는 최근 사업진행과 관련한 본보 질의에 “서울월드컵경기장, 한국잔디연구소 등 주요 기술진도 천연잔디 관리 시스템을 개선하려는 욕구가 강하다”는 설명과 함께 “국내 인조잔디 업체들도 파주NFC 잔디 시스템의 파종 진행부터 생장관리 과정 중에 수 차례 견학해 많은 정보를 알아가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정작 국내 프로축구단조차 ‘피해야 할 사례’로 본 셈이다. 협회가 언급한 서울월드컵경기장(서울시설관리공단)은 수년 전부터 경기장 인근 포지 등에 독자적으로 생육실험을 하고 있고, 파주NFC 구장 잔디관리에 자문을 해 온 잔디연구소 측도 “현재로선 백호구장 사업에 대한 자문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대구=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