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일 오전 9시 고석정서 ‘스타트’
1년에 단 하루 민통선 15㎞ 개방
먹을거리ㆍ즐길거리 가득… 경품도 푸짐
“통일 한반도의 중심 철원에서 평화를 외친다.”
한국일보와 강원 철원군이 공동 주최하고 철원군체육회가 주관하는 ‘제16회 철원DMZ국제평화마라톤’ 대회가 다음달 1일 오전 9시부터 동송읍 장흥리 코스에서 열린다. 이 대회는 분단의 현장에서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고, 추수의 기쁨을 만끽하는 자리여서 남다른 의미가 있다.
풀 코스(42.195㎞)와 하프코스(21㎞), 10㎞, 5㎞, 코스모스 10리길(4㎞) 걷기 부문으로 나눠 열리는 올해 대회에는 선수와 가족, 주한 외교사절 등 6,000여명이 참가한다. 국내 동호인이 참가하는 마스터즈 대회 가운데 최대 규모다.
풀 코스는 개회식과 식전행사가 열리는 고석정을 출발해 월하 삼거리와 관전리 통제소, 동송저수지, 황금들판을 거쳐 다시 고석정으로 골인하는 것으로 이뤄져 있다. 특히 육군 5군단과 제6보병사단은 이날 하루 3번 국도 내 민간인통제구역 15㎞를 러너들에게 개방한다.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는 이 대회를 위해 1년에 단 하루 빗장을 푸는 셈이다.
하프코스는 ‘철마는 달리고 싶다’는 표지판과 녹슨 기차로 잘 알려진 안보관광지인 월정리역에서 출발한다. 출발 총성이 울린 뒤 필승사격장과 대위리 통제소, 강변도로를 거쳐 고석정에서 레이스를 마무리하도록 돼 있다. 하프코스 참가자는 이날 오전 7시 20분 고석정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출발지점인 월정리역으로 먼저 이동해야 한다. 육상 전문가들은 “이 대회 코스는 완만한 데다, 출발과 동시에 때묻지 않은 자연이 눈에 들어와 자신의 최고 기록에 도전해 볼만하다”고 입을 모은다.
원두막과 연못, 각종 체험거리를 즐길 수 있는 고석정 인근 코스모스 10리길 걷기는 지친 일상을 떠나 가족과 함께하는 나들이 코스로 제격이다.
대회가 열리는 철원군내 곳곳은 통일신라에서 한국전쟁에 이르는 역사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개폐회식이 열리는 고석정엔 조선 명종 때 활동한 것으로 알려진 의적 임꺽정(林巨正)의 전설이, 풀 코스와 하프코스 내 도피안사는 통일신라 말기의 특징을 보여주는 삼층석탑(보물 223호)이 자리하고 있다. 하프코스 출발점 인근 철원평화전망대에 오르면 멀리 북녘 땅을 바라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총탄 자국이 뚜렷한 노동당사와 고석정 인근 미 육군공병부대 전적지는 철원이 한국전쟁 당시 격전지였음을 알려준다. 철원 동송읍과 갈말읍을 잇는 승일교는 ‘한국의 콰이강의 다리’라 불린다. 이 다리는 1948년 38선 이북을 차지한 북한이 공사를 벌이다 중단된 것을 휴전 후 1958년 12월 한국 정부가 공사를 마무리했다.
레이스를 마무리 한 뒤 오대쌀과 매운탕, 쿨 포크 삼겹살 등 철원의 특산물을 맛보는 것도 대회를 즐기는 또 다른 재미다. 여기에 한탄강 주상절리와 직탕폭포 등 자연이 만든 절경 또한 참가자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한다.
주최 측은 대회 참가자 전원에게 기능성 티셔츠를 증정한다. 완주자는 메달과 함께 자신의 기록을 인증 받을 수 있다.
올해 대회는 보다 많은 참가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시상을 세분화했다.
주최 측은 남녀 풀 코스, 하프코스는 10위까지, 10㎞와 5㎞는 각각 7위, 5위까지 상금과 상장, 트로피를 수여한다. 최고령 참가자와 20대부터 60대 이상 연령대별 상위 5위까지 오대쌀과 상패를 준다.
과거 후삼국시대 철원을 도읍으로 했던 태봉국의 역사를 의미하는 1,114번째 참가 신청자(행운상)와 풀 코스 901위(평화상), 제37회 태봉상 시상을 기념해 풀코스ㆍ하프코스 37위에게도 상금과 상품을 수여하는 등 푸짐한 시상이 참가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철원=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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