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최근 예고했던 대로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를 강행했다. 반면 중국은 미국의 추가 관세 부과에 당장 보복 조치를 취하지 않겠다며 '확전 자제'에 무게를 실었다.
28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미 무역대표부(USTR)는 이날 관보 공지를 통해 9월 1일부터 3,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 가운데 일부 품목에 대해 15%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이 기존에 계획했던 10%에서 5%포인트 오른 수치다. 휴대폰과 노트북 등 나머지 품목은 12월 15일부터 15% 관세 부과 대상이 된다. 3,000억 달러 규모의 수입품 세부 품목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9월 1일부터는 1,070억달러, 12월 15일부터는 1,560억 달러어치에 대해 각각 관세가 부과될 것으로 관측한 바 있다. 이와 별도로 미국은 이미 2,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 중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최근 75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5%와 10%의 관세를 9월 1일과 12월 15일로 나눠 부과하겠다고 나서자, 3,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부과하기로 했던 10% 관세를 15%로 높이겠다고 23일 트위터를 통해 급작스럽게 밝힌 바 있다. 예상치 못한 중국의 관세 보복에 트럼프 대통령도 서둘러 맞불 보복으로 맞선 것이다.
이에 대해 가오펑(高峰)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29일 베이징(北京) 청사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의 반격 수단은 충분하다”면서도 “그러나 5,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를 취소해 무역전쟁이 격화하는 것을 막는 게 먼저 논의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중국 기업을 짓누르면 최종적으로 손해를 보는 것은 미국 기업”이라며 화웨이에 대한 제재 해제도 요구했다. 미국의 추가 관세 부과에 또 다른 보복 관세로 상황을 악화시키기 보다 미국이 추가 관세 부과를 거둬들이는 등 서로가 관세 폭탄전을 자제해야 한다는 뜻이다. 미국의 관세 보복은 결국 미국에게 손해라는 기존 경고성 발언도 여전했으나, 확전을 원하지 않는다는 유화 메시지를 분명하게 던진 셈이다.
뉴욕증시는 즉각 반응했다. 오전 9시 56분(미국 동부시간) 현재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297.29포인트(1.14%) 상승한 26,333.39에 거래됐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34.53포인트(1.2%) 오른 2,922.47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119.46포인트(1.52%) 상승한 7,976.35에 거래됐다.
양국 간 무역협상 재개를 둔 물밑 대화도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내달 협상 재개 여부에 대한 질문에 가오 대변인은 “현재 각종 소문이 비교적 많다”면서도 “미국과 논의 중”이라며 협상 준비가 이뤄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6일 프랑스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 참석해 중국 당국자들이 미국 측에 먼저 전화를 걸어왔다고 강조하면서 “우리는 조만간 협상을 시작할 것”이라며 유화적 메시지를 내놓기도 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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