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을 맞댄 두 소년의 표정이 비장하다. 반대로 까치발로 서 두 소년의 정수리에 손을 대려는 아이의 얼굴엔 익살이 그득하다. 이렇게 천진난만한, 아이들 키재기 풍경화라니. 북한 작가 정현웅이 그린 ‘누구 키가 더 큰가’다. 북한 그림이라고 해서 김일성 일가가 오른손 주먹을 불끈 쥐어 올리는 것만 있는 게 아니다. 정창모는 북한 미술에서 ‘서정의 봄’을 이끈 작가다. ‘북만의 봄’에서 말에 물을 먹이는 소녀의 얼굴엔 미소가 깃들었다. 희생의 숭고함을 노골적으로 웅변하는 대신 혁명의 미래를 낙관하며 동화처럼 보여주려는 우회 전략이다.
분단 반세기 넘게 파묻힌 북한 미술사를 길어 올렸다. 우상화부터 수예까지 아울러 북한 사회, 문화의 정신적 기둥을 들춘다. 전쟁의 트라우마는 모두에게 남기 마련. 작가 이부록의 ‘셀피-나를 찍는 사람들’전은 일상이 전쟁터임을 환기하고, 북한작가 김승희의 ‘분계선의 달’은 사방으로 뻗은 가시 나무가 분단의 상처를 돋을새김한다. 남북이 어떻게 같고 다른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주기, 책의 미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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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미술과 분단미술
박계리 지음
아트북스 발행ㆍ368쪽ㆍ2만2,000원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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