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조위 청문회서“자료 보내고 보고했다” 직원 진술 공개
가습기살균제 참사 가해 기업 가운데 하나인 다국적기업 옥시레킷벤키저(옥시RB) 영국 본사가 가습기살균제의 위해성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전날에 이어 28일 서울시청에서 진행한 가습기살균제 참사 진상규명 청문회에서 최예용 특조위 부위원장은 이를 뒷받침하는 옥시 관계자의 검찰 진술 내용을 일부 공개했다.
특조위에 따르면 2015년 당시 옥시 직원 조모씨는 옥시가 출시하는 제품의 원료, 제조 방법, 히스토리 등이 담긴 자료를 대부분 옥시의 글로벌 연구ㆍ개발(R&D) 조직이 있는 호주로 보냈다고 진술했다. 또 이듬해 김모씨는 “2001년 미국 뉴저지에 있는 연구소에서 한국에서 생산ㆍ담당하는 살균ㆍ세정제품에 대해 한국 관계자들이 글로벌 관계자에게 보고를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국내 옥시는 2016년 공식 사과와 함께 일부 피해자에게 배상을 했지만 영국 본사는 이와 관련해 아무런 사과도 하지 않았다. 국내에서 판매된 가습기살균제 980만개 가운데 옥시 제품은 540만개(56%)로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박동석 옥시RB 대표는 이날 청문회에서 피해자와 가족에게 사과를 하면서도 “정부에서 안전한 기준을 만들고 관리감독을 철저히 했더라면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책임을 회피하는 발언을 해 야유를 받았다.
옥시RB와 애경산업 제품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이 팔린 제품인 119가습기살균제를 판매한 LG생활건강은 제품 개발 과정에서 흡입독성 실험을 하지 않았고, 가습기살균제 원료를 입으로 직접 마시는 경우의 독성 자료를 호흡기 흡입 독성 근거 자료로 제시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군 부대 총 55곳에서 6개 종류 가습기살균제 제품 2,474개를 구매한 사실도 공개됐다. 구매 개수는 군 의료 조직인 의무사가 1,612개로 65%를 차지했고 공군 720개(29%), 해군 84개(4%) 순이다. 수량을 제출하지 않은 육군을 포함하면 실제 구매 개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군 당국은 가습기살균제 피해 사실이 알려진 뒤에도 군대 내 사용현황과 피해자 규모를 조사하지 않았고 피해자 관리도 허술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황전원 특조위 상임위원은 “정부나 기업의 잘못으로 병을 얻게 된 피해자에게 군 당국은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피해가 아닌) 정신적 질환으로 판단했다”고 질책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