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ㆍ태평양 전략 구체화…중국 포위망 강화 의도
중국은 미 군함의 칭다오 기항 거부…홍콩사태 영향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이 태평양 지역에 미군 기지 배치를 늘려야 한다고 밝혔다고 미국 군사 전문지 디펜스뉴스가 28일 보도했다. 주한미군과 주일미군 등 주로 동북아에 쏠려있는 해외 주둔군 이외 태평양 지역에 추가 전력을 심어야 한다는 것으로 결국 중국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에스퍼 장관은 27일(현지시간) 미 해군전쟁대학 연설에서 ‘강대국 패권 경쟁의 시대’에 대비한 정책을 전환하고 있다고 소개하며 “인도ㆍ태평양 전역은 우리가 우선순위를 두는 곳”이라며 “태평양 지역 동맹국은 우리가 리드해 주기를 바라지만 아울러 우리가 그 지역에 주둔하는 것을 원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ㆍ태평양(FOIPㆍFree and Open Indo-Pacific)’ 전략은 일본ㆍ인도ㆍ호주 등 동맹국과 함께 이 지역 군사ㆍ경제 주도권을 유지한다는 개념으로 통상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ㆍ육해상 실크로드 건설)와 대응 전략으로 평가된다. 따라서 에스퍼 장관의 발언은 인도ㆍ태평양 전략 상 싱가포르나 필리핀, 베트남 등 남중국해 인근 미 우방국에 미군을 배치해 대중(對中) 포위망을 강화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에스퍼 장관은 “모든 곳은 아니더라도 주요한 곳에 우리가 주둔해야만 한다”며 “과거 우리가 없었던 지역에 기반이 되는 장소를 확대하고 더 많은 시간과 자원을 투자하는 방법을 찾아보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관례적으로 이뤄져 오던 미군 군함의 칭다오 입항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27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은 미 국방 당국자를 인용해 미 해군 구축함이 25일 칭다오(靑島)에 입항할 계획이었으나 중국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미군 군함 기항을 거부한 배경에 대해 별다른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한다.
중국의 이런 태도는 최근 격화하고 있는 홍콩 시위 사태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미국은 홍콩 시위대에 대한 중국 당국의 무력 진압 가능성이 제기되자, 이에 대한 강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중국은 ‘내정간섭’이라며 연일 미국의 홍콩에 대한 입김을 경계하고 있어 미 군함 기항 거부 역시 중국의 불쾌감을 드러낸 제스처로 읽힌다.
앞서 1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이 당초 17일 예정됐던 미 해군 상륙함과 순양함의 홍콩 방문을 거부했다고 전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