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연루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대법원 최종 선고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28일, 삼성전자 안팎에는 하루 종일 무거운 긴장감이 흘렀다. 대내외 경영 환경이 최악인 위기 상황에서 재판 결과에 따라 삼성은 ‘경영 공백’이라는 대형 악재에 또 다시 휘둘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 부회장은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위기 극복을 위해 현재 가동 중인 ‘비상 경영 체제’를 흔들림 없이 이끌어 간다는 방침이다.
삼성에 정통한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주 선고 일정이 확정된 뒤 판결 결과에 따른 대응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항소심 집행유예 선고가 확정될 경우와, 파기 환송으로 다시 재판을 받아야 하는 경우를 가정해 사업부별 대응 시나리오를 점검하고 이 부회장의 향후 일정 등도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 선고 결과 항소심의 집행유예가 확정 되든, 아니면 항소심 판결이 잘못 됐다는 파기 환송 결과가 나오든 이 부회장의 거취는 당장 달라지지 않는다. 집행유예가 확정될 경우 이 부회장은 3년여간 이어진 국정농단 사건 재판을 마무리하고 경영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된다. 파기 환송될 경우 최소 수개월이 걸리는 재판을 다시 받아야 하지만 재판이 이어지는 동안 일신상의 구속은 받지 않는다.
때문에 이 부회장은 재판 결과에 일희일비 하지 않고 삼성이 처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비상 경영에 매진하겠다는 의지를 주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일본 수출 규제 문제가 불거진 후 일본 현지와 전국 사업장을 잇달아 방문하는 등 현장 경영을 통해 위기 해결에 나서고 있다. 대법 선고일이 확정된 뒤인 지난 26일에도 충남 아산시 디스플레이 사업장을 방문해 “어려워도 대형 디스플레이 사업을 포기하면 안 된다”며 임직원들을 독려했고, 주요 경영진과 중장기 경영 플랜을 짜기도 했다.
특히 이 부회장은 반도체 생산라인의 높은 일본산 소재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소재 국산화와 소재 공급선 다변화 등 ‘탈(脫)일본’ 작업도 진두지휘 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재판이 열리는 29일에도 회사에 출근해 사업 현장을 방문하거나 사업부별 보고를 받는 등 정상적인 경영 활동을 이어갈 방침이다.
삼성전자 측은 재판 결과에 대해 “어떤 예측도 할 수 없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하지만 이번 재판을 통해 최소한 ‘총수 부재’라는 최악의 사태가 재발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재계는 대법원 선고 후 삼성 측이 입장문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재판 결과에 따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뉴 삼성’으로 거듭나기 위한 구체적 발전 방안 등을 발표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은 지난 3년 간 정상적인 경영 활동의 발목을 잡아온 국정농단 사건 재판이 빨리 마무리되길 바랐다”면서 “현재 처한 여러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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