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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가짜 뉴스’와 권력의 선의(善意)

입력
2019.08.28 18:00
수정
2019.08.28 18:43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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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월 검찰의 미네르바 긴급체포를 풍자한 한국일보 만평.
2009년 1월 검찰의 미네르바 긴급체포를 풍자한 한국일보 만평.

2008년 리먼 브러더스 파산과 글로벌 금융위기를 정확히 예측해 ‘경제대통령’으로까지 불렸던 유명 네티즌 ‘미네르바’가 이듬해 1월 검찰에 구속됐다. 이명박 정부의 외환보유고 관련 글 등에서 공익을 해칠 목적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한 혐의였다. 확산 속도가 빠른 인터넷에서 정부 경제정책을 계속 비판하자 집권 세력이 불편해했다는 얘기가 돌았다. 법원은 그를 무죄 석방했다. ‘미네르바 사건’은 공권력에 의한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의 대표격으로 꼽힌다.

□ 2002년 12월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의 기적 같은 승리를 일궈낸 새천년민주당은 2003년 벽두부터 발칵 뒤집혔다. 의원들의 실명이 ‘특1공신’부터 ‘역적 중의 역적’까지 6등급으로 분류된 ‘살생부’ 때문이었다. 대선 기간에 ‘후단협’ 논란으로 노 대통령이 곤욕을 겪는 걸 지켜본 친노 핵심 인사가 작성했다는 설(說)이 유력했다. 모든 언론이 그럴싸한 정계 개편 시나리오까지 덧붙여 살생부 관련 기사를 쏟아냈다. 하지만 얼마 뒤 작성자가 정치권에 끈이 없는 20대 노사모 회원임이 확인됐다. 그는 드라마 ‘용의 눈물’에서 6등급 분류 용어를 차용했다고 밝혔다.

□ ‘가짜뉴스(Fake news )’라는 용어가 공론의 장에 본격 등장한 것은 2016년 11월 미국 대선을 전후해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도 여전히 비판 언론을 향해 가짜뉴스라는 비난을 퍼붓고 있다. 국내에선 주로 허위 사실 유포로 통칭됐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이른바 ‘정윤회 문건’을 ‘지라시’라고 쏘아붙인 적이 있다. 현 정부 들어선 가짜뉴스라는 표현이 일반화했다. 국회에는 가짜뉴스 처벌법이 다수 발의돼 있고, 여야 모두 가짜뉴스를 가려내 책임을 묻겠다며 특별위원회를 꾸렸다. 최근에는 문재인 대통령도 부쩍 가짜뉴스 경계령을 강화하고 있다.

□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을 통해 당파적인 주장과 편향된 정보가 뉴스의 외피를 쓰고 확산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주류 언론도 예외가 아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상황은 훨씬 심각해질 수 있다. 정부가 가짜뉴스 규제를 의식하는 만큼 법무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한상혁 방통위원장 후보자는 일부 허위보다 표현의 자유를 중시했고 행정부의 개입을 비판해 왔다. 권력에 선의를 기대할 수 없다고 봤기 때문일 것이다. 청문회 답변이 궁금하다.

양정대 논설위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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